가장 작고, 빠른 '베타 양자난수발생기' 탄생...원자력연·ETRI, 핵심 칩 개발

1.5㎜ 크기 베타양자난수발생기 집적회로 시제품
1.5㎜ 크기 베타양자난수발생기 집적회로 시제품

국내 연구진이 해킹이 원천적 불가능한 난수를 고속 제공하는 '소형 양자난수발생기 핵심 칩'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소속 김종범 연구원과 박경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 박경환 연구원팀이 세계 최초로 방사성동위원소 니켈-63 베타선으로부터 난수를 생성하는 핵심회로를 집적화해 작은 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개발한 난수발생기는 니켈-63에서 나오는 베타선 신호 간격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한다. 베타선 신호는 무작위 발생하기 때문에 다음 숫자를 절대 예측할 수 없다. 완벽한 난수를 만들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며 나오는 방사선이나 단일 광자 양자역학적 물리현상에서 무작위 신호를 추출해 얻은 난수를 양자 진성난수라 한다. 이는 외부 요인 영향을 받지 않아 가장 이상적인 난수를 생성한다.

특히 베타선은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방사선 검출 센서에 영향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어 난수를 고속 생성할 수 있다. 다만 소형화한 검출 센서와 신호 처리 칩이 개발되지 않아 실용화가 불가능했다.

원자력연·ETRI 공동연구팀은 베타선원 박막 제조기술과 저잡음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기술을 적용해 베타 양자난수발생기 핵심회로를 집적화함으로써 칩에 넣을 수 있는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베타선원 박막 제조기술은 아주 작은 양의 니켈-63을 코팅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베타선은 난수발생기 내부 검출 센서에만 전달되며, 칩 외부로는 나가지 않는다.

김종범 책임연구원이 베타선 신호의무작위성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하고 있다.
김종범 책임연구원이 베타선 신호의무작위성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하고 있다.

에너지가 작은 베타선의 신호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신호 추출을 방해하는 반도체 자체의 잡음(노이즈)을 줄여야 한다. 저잡음 CMOS 기술을 활용하면 난수 생성에 필요한 신호 처리 회로를 집적화해 크기를 줄임과 동시에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초로 베타 양자난수발생기를 1.5㎜ 크기 칩으로 소형화한 것으로, 실용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공동연구팀은 앞으로 베타 양자난수발생기 칩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소형 사물인터넷(IoT)용 암호통신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 실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베타선 양자난수 생성 기술은 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보유한 핵심기술이 융합된 기술로서 원자력 기술과 종보통신기술(ICT)이 접목돼 새로운 융합연구 분야를 창출한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김명준 ETRI 원장은 “이 기술이 상용화 되면 모든 종류의 컴퓨터, 보안시스템, 프로세서, IoT 모듈에 탑재가 가능한 궁극의 진성난수발생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