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구조가 빠르게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가운데 벤처기업도 디지털전환(DX)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벤처기업 절반 이상이 DX에 대한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70% 상당이 DX를 추진 또는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와 비즈니스 모델 차원의 DX를 넘어 벤처기업의 새로운 혁신을 모색하기 위한 위한 포럼이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벤처기업협회, 전자신문 주최로 9일 열렸다.
'디지털전환, 기업성장(스케일업)을 가속화하다'라는 주제로 이날 열린 미래성장산업과 함께하는 DX포럼은 지난해에 이어 벤처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DX전환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979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벤처기업 DX 인식개선 이뤄졌지만…자금·인력난은 여전
응답기업 대부분은 지난해에 비해 DX에 대한 인식 개선을 보였다. 응답기업의 44.23%가 DX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매우 잘알고 있다는 기업도 17.57%를 차지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는 기업이 32.79%, 전혀 모른다는 기업이 5.41%였다.
지난해 조사 대비 개선된 결과다. 지난해 조사까지만 해도 절반 이상 기업은 DX를 모른다고 답했다.
DX에 대한 대비도 점차 이뤄지기 시작했다. 절반이 넘는 54.97% 기업이 DX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추진 중인 기업은 27.21%로 약 70% 이상이 DX에 나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DX를 추진하는 기업의 비중은 20%가 채 안 됐다.
벤처기업이 주로 DX를 추진하는 분야는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신규 상품(서비스) 개발 분야다. 각각 51.5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영업 혁신(34.69%) △생산성·경제성 향상(34.43%)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디지털 포맷 전환(31.67%) △조직과 프로세스 변화를 통한 내부 경영 효율화(29.17%) △고객응대 및 서비스 제고(18.27%) 등 다양한 분야에서 DX가 추진되고 있다.
DX를 위해 벤처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빅데이터가 꼽혔다. 63.99%가 빅데이터를 DX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56.64%) △클라우드(48.36%) △사물인터넷(40.47%) △스마트공장(39.95%) △3D프린팅(9.46%) 등이 뒤를 이었다.
벤처기업이 DX를 통해 얻은 성과는 주로 신상품·서비스 개발 분야에 집중됐다. 이 밖에 새로운 시장 개척과 비용 절감 및 효율성 향상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내부 인용 인력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약 61.11%가 이 분야에 대한 고충을 호소했다. 벤처기업이 인력 수혈에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점(45.24%)과 DX에 적용되는 기술 수준이 다소 부족(38.49%)하다는 지점도 벤처기업 고민이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DX 추진이 쉽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다.
애로사항 역시 마찬가지다. 응답기업 67.94%는 기술 전문인력 부재를 66.36%는 초기 투입비용 과다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DX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 사항으로 '필요한 시설자금 및 도입비용' 지원을 언급했다.
◇“기존 사고방식 버리고 DX 나서야”
지난해에 비해 DX에 대한 벤처기업 인식은 나아졌지만 벤처기업 대응 여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이날 주제강연과 함께 벤처기업인과의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가졌던 그리고 성공했던 사고와 방식을 버려야만 살 수 있는 시대”라면서 '사즉필생(捨卽必生)' 자세로 DX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환경 변화가 단순히 기술을 넘어 경제·경영 전 부문에 변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벤처기업도 빠르게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연구위원은 “DX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창출하고 운영을 혁신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성장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봐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보다는 디지털 변혁 또는 디지털 혁신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벤처기업에 적극적인 DX 대응을 요구했다.
현재 가치사슬 전방위에서 그리고 스타트업과 전통업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업종에서 DX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는 변혁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이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는 제조·비즈니스 혁명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자원과 산업화 시대의 자원이 모두 결합되는 이른바 확장변혁(XX)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 제품이 단품에서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한 솔루션 형태로 바뀌고 변혁 영역도 개별 기업과 산업 단위에서 가치사슬 전반, 제조·서비스·ICT가 결합하는 범위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재명 벤처기업협회 ICT벤처포럼 의장은 “DX를 위한 핵심 요소로 AI, 클라우드, IoT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핵심 역량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성공의 키(key)는 '공감능력'이다”라면서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려하는 창의적이고 섬세한 배려이자 공유 프로세스를 통해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감성이 배어있는 K-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신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미래성장산업 분야 스타트업이 DX를 위해 도전한 경험담이 이 시대 어려움에 직면한 중소벤처기업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역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능형 ICT, 바이오·의료, 디지털 문화콘텐츠, 패션섬유 등 4대 미래성장산업을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DX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인식 개선 됐지만 자금-인력난 허덕
새 비즈니스 모델-상품 개발에 관심
ICT-바이오 등 4대 산업 집중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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