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유해 물질 제한, 중동까지 확산

내년 1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전 제조에 수은, 납 등 유해 물질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유럽, 미국, 아시아에 이어 중동에서도 유해 물질 사용 금지에 나서는 분위기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하면서 국내 가전사의 제조 환경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9일 국가기술표준원 등에 따르면 내년 1월 9일부터 사우디에서 전기 및 전자 장비에 수은, 납, 카드뮴, 6가 크롬, 폴리브롬화 비페닐(PBB), 폴리브롬화 비페닐 에테르(PBDE) 등 6대 유해 물질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가전 제조사는 제품 부품이나 외관 등 어떤 부분에서도 6대 유해 물질을 사용해선 안 된다. 납은 주로 전자회로를 납땜할 때 사용한다. 수은은 조명 기기, 6가 크롬은 볼트와 너트 등에 각각 쓰인다. PBB와 PBDE는 제품이 불에 잘 타지 않도록 난연 처리할 때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내년 초부터 사우디에서 전자기기와 가전제품 생산 때 6대 유해 물질을 포함하면 제조, 수입, 전시, 광고가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당국이 제품을 회수하도록 하거나 시장조사기관이 지정한 기간 안에 해외로의 반출을 명령할 수 있다.

6대 유해 물질 제한은 지난 2006년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 일본, 한국 등으로 확대됐다. 중동지역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사우디 등 중동 전반으로 유해 물질 사용의 전면 규제가 시작되는 추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은 사우디의 제도 변화에 맞춰 행정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이다. 사우디의 새 규제가 기업 입장에서 불분명한 측면도 많아 세부안에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지혜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정책과 전문위원은 “정부와 관련 협회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겪는 애로사항 등을 살피고 있다”면서 “컨설팅 등을 제공,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없도록 최대한 다양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