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영업을 종료한 오후 5시, MZ세대 금융 생활은 시작된다.
은행이 활발히 영업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 시간 평균 5.1% 사용자가 금융 앱을 사용했다. 은행 영업점이 종료한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매 시간 평균 5.7% 사용자가 몰렸다. 영업점이 문을 닫은 이후 매 시간 약 114만명 사용자가 핀테크 앱으로 송금, 계좌조회 등 다양한 금융 요구를 충족한 셈이다.
◇2000만명, 빅데이터 추출
전자신문은 창간 39주년을 맞아 토스와 함께 200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 발자국을 쫓았다. 본지 경제금융증권부 기자들과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유저리서치팀, 청소년을 포함한 MZ세대 금융 행태 분석을 담당하는 틴즈 사일로(Teens silo) 조직이 의기투합했다. 지난 2015년 2월부터 누적된 사용자를 기반으로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시간·연령대별 사용자 활동 추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토스 앱은 전체 누적가입자 2000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2%가 MZ세대다. 10대 사용자를 포함하면 55.4%, 여기에 대한민국 초기 모바일 앱 생태계를 경험하고 주도적으로 개척한 40대 사용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전체 사용자의 76%가 MZ세대다. 전체 토스 사용자 행태를 분석하면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추정할 수 있다.
토스가 사용자 구체 행동 패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MZ세대는 비교적 자산규모가 적어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이자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라 불리는 MZ세대가 빅테크 금융 플랫폼이 기존 금융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며 핵심 사용자로 급부상했다. 이제 MZ세대 입맛에 미래 금융시장 지형도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틀에 한 번, 은행 대신 '생활금융 놀이터' 갔다
MZ세대는 한 달 30일 중 평균 18일 토스 앱을 사용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모바일 앱을 켜고 금융 서비스 또는 다양한 생활 밀착 혜택을 받기 위해 접속했다.
토스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사용자의 평균 앱 이용 횟수를 집계했다. 그 결과 20대가 평균 19.3회로 가장 빈번하게 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15~19세)는 평균 19.1회로 20대 못지않게 활발히 앱을 사용했다.
30대는 월 평균 15.2회를, 40대 이상은 16.4회를 사용했다.
MZ세대와 10대의 월 평균 앱 이용 횟수가 상당하고 이들이 전체 토스 사용자의 76%를 차지하는 점은 이제 더 이상 오프라인 은행이 MZ세대에 큰 효용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 MZ세대 상당수가 은행,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지점을 방문해 금융거래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들은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게다가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 앱은 단순히 금융 상품·서비스 제공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편리하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토스의 경우 대표 서비스인 간편송금과 계좌조회를 넘어 간편 보험금 청구, 제휴사와의 할인 혜택, 더치페이 등 50가지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며 좀 더 편리한 생활밀착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 닫아도…송금·계좌조회 바쁜 MZ세대
은행 영업시간이 아닌 오후 17시부터 오전 9시에 과반수 MZ세대 사용자가 간편송금을 이용하기 위해 앱을 켰다. 은행 영업시간인 9~16시(47.3%)보다 지점 영업이 끝난 1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사용 비중이 52.7%로 높았다.
10대는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송금 서비스는 무려 62.1%가 은행영업 외 시간에 이뤄졌다. 계좌조회는 61.6%가 영업 외 시간에 실행됐다. 전체 MZ세대에서 10대의 '탈 은행' 행보가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모바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 장소의 한계가 없어졌고 더 나아가 서비스 시간 경계까지 완전히 허물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금융기업 업무 시간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MZ에서 알파로…금융 관리 '나이 무관'
알파세대로 불리는 10대는 기성세대 예상과 달리 상당히 주도적·체계적으로 금융과 소비를 관리하고 있었다.
토스는 19세 이하 사용자 714명(계좌·카드 설문 226명, 용돈 설문 488명) 빅데이터를 추출한 결과 10대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자산관리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대 응답자 71%는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계좌를 직접 관리한다고 답했다. 부모님이 관리하는 경우는 8%로 가장 낮았다.
카드 관리도 스마트폰 앱으로 직접 관리한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5%, 부모님이 관리하는 경우는 1%로 가장 낮았다.
이는 디지털에 익숙한 10대가 적은 나이라도 손쉽게 금융 앱으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이용하기 편리한 결제수단은 체크카드(70%), 현금(18.5%) 순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부모가 청소년 자녀에게 용돈을 지급하는 방식도 디지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설문 응답 청소년 부모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청소년 자녀에게 용돈을 지급하는 방식은 계좌이체가 71%로 가장 많았다. 현금은 22%에 그쳤다. 나머지 소수 응답으로 부모 명의 체크·신용카드로 용돈을 지급한다고 응답했다.
어릴 때부터 자산관리·결제 관념을 심어주려는 부모 세대가 늘어난 효과로 풀이된다. 실제 10대가 보유한 계좌 형태를 보면 △예·적금(65%) △입·출금(38%) △주택청약(14%) △증권(6%) 등으로 다양했다.
더치페이를 하는 비중도 상당했다. 10대 청소년 응답자 66%가 더치페이를 한다고 답해 본인이 자산과 소비를 직접 관리하며 합리적 소비를 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치페이 방식은 토스 송금(50%), 직접 현금으로 전달(21%) 순이었다.
이처럼 10대가 자기주도적인 금융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부모는 주체적 금융 관리가 가능한 연령대를 '20세 이후'로 꼽아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스스로 본인 명의 계좌와 카드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시점을 중학생(55%), 고등학생(38%) 때라고 답했다. 반면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20세 이후'부터 스스로 본인 계좌·카드 관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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