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소통을 늘려가고 있다. 딱딱하고 근엄한 후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층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시도다.
14일 이낙연 후보 캠프측에 따르면 지난 9일 유튜브 이낙연 TV에서 진행한 '깜짝 소통 라이브'의 동시 시청자 수는 약 1만 2000명(유튜브+인스타그램)에 이른다.
이 후보는 평소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이미지를 벗고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1시간의 라이브동안 총 채팅 메시지는 8만6000개를 넘었다.
이날 이 후보는 추천 책으로 '좁은 문'과 '인간의 품격'을 꼽았다. 이 후보는 “최근에 읽은 인간의 품격은 제목이 거창한데, 품격을 말한 게 아니고 결함을 많이 가진 인간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다룬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함을 이겨낸 분도 있고 결함을 이겨내지 못해서 결함과 함께 산 사람도 있고, 오히려 결함을 활용해서 더 좋은 인생을 산 사람도 있고 그런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전했다.
본인의 태몽도 밝혔다. 이 후보는 “제가 개를 조금 멀리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제 태몽이 개였기 때문”이라며 “저희 아버지가 태몽을 꾸셨는데 집을 지키는 큰 힘이 있는 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는 아이를 많이 낳는 시대였다. 아버지가 삼대 독자였는데 제 위로 형 둘이 죽었다”며 “그래서 저희 아버지에게 저는 굉장히 귀했던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댓글로 'OOO 공부 파이팅' 해달란 요청에 '파이팅'을 외치며 “메모를 하면 암기가 돼서 상당한 정도까지 외워진다”고 공부 노하우를 알려줬다.
최근 당내 경선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생기는 답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튜브 참여자들이 '요즘 사람들은 말도 좀 세게 하고 꼬집는 말도 좀 강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묻자, 이 후보는 “그래서 저도 그렇게 좀 해볼까 싶어서 약국에 가서 '그렇게 되는 약 있어요' 라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또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생각은 했지만, 잘 안 된다”며 “저는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오죽했으면 약이 있을까 (물었을까)”라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 이 후보는 “제가 걱정하는 것은 참 입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가족이 될 분들이라면 그에 걸맞는 품격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도덕성이라든지, 같은 당의 동지니까 말하기가 참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능력과 도덕성 중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점이 더 중요해야 하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부패함은 유능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부도덕한 사람이 유능할 리 없다”고 답했다.
1회 라이브 평균 시청 시간은 15분이 넘었다. 솔직한 소통에 라이브 이후 구독자 수는 약 2500명이 증가했다. 이런 호응에 이 후보는 지난 12일 2회 '깜짝 소통 라이브'를 진행했다. 최대 동시 시청자는 9300명(유튜브+인스타그램)이 넘기도 했다. 총 채팅 메시지는 4만8000개가 넘었다. 2회 라이브 이후에도 구독자수가 약 1000명이 증가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깜짝 편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지지자들과 MZ세대가 접속해 응원글을 보내줘 이 후보가 힘을 많이 얻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2030에게는 더 친숙하게, 지지자들께는 더 다정하게 다가가 '엄근진' 이미지 탈피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ASMR 강유미',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에도 출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