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플랫폼 '로톡'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형량예측' 서비스가 이달 말 종료된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반발로 가입 변호사가 6개월 만에 반토막이 난 데 이어 서비스까지 제한된다. 플랫폼 기반의 리걸테크 스타트업 날개가 꺾였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를 이달 30일 종료한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최초로 형량예측 서비스를 출시한 지 10개월 만이다. 변협의 압박을 받은 변호사들이 '로톡'을 대거 탈퇴하거나 휴면계정으로 전환한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현장에서 시민과 변호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온 인공지능(AI)·빅데이터 법률 서비스가 정식 출시조차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벤처업계에선 “기득권층이 스타트업의 혁신 노력에 발목을 잡아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게 됐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로톡 형량예측은 로톡이 합법적으로 수집한 1심 형사 판결문 약 47만건으로 통계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기초로 형량에 대한 통계 정보를 보여 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범죄유형별로 주어진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로톡 AI'가 이용자의 관심사인 범죄에 대한 형량 통계 정보를 제시한다. 로앤컴퍼니는 올해 2월 상세한 통계 정보와 판결문을 제공하는 변호사 버전도 내놨다. 더 전문화한 정보로, 변호사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3일 변협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법률플랫폼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사에 들어감에 따라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급기야 올해 3월 말 3966명이던 로톡 회원 변호사가 현재 1901명으로 급감하며 서비스 중단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안기순 법률AI연구소장(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은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는 법률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개발자와 변호사들이 1년 넘게 개발한 결과물”이라면서 “변협의 무리한 개정 광고규정 강행으로 베타서비스 단계에서 종료하게 돼 혁신의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꺾였다”고 비판했다.
로앤컴퍼니는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판결문을 확보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1심 형사 판결문 가운데 40만여건을 수집, 형량 통계 데이터를 구축했다. 현재 판결문 약 47만건을 활용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톡 형량예측 서비스는 법률 정보가 필요하지만 전문가와의 연결이 어려운 일반 시민에게 유용하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와 예측성도 더 높일 수 있다.
형량예측 서비스는 지난 10개월 동안 이용이 누적 16만건을 넘었고, 이용자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6점을 기록했다. 로앤컴퍼니는 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선정한 국내 10대 AI 스타트업에 리걸테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변협의 무리한 규제로 아쉽게 서비스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완전한 서비스 종료는 아니다”라면서 “변협의 개정 광고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10개월간 누적 이용 16만건 인기에도
로앤컴퍼니, 이달 말 서비스 종료 결정
대한변협 등 반발에 가입 변호사 급감
업계 "디지털 전환 시대적 흐름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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