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사람 아닌 RPA 로봇에 '직책' 부여한 까닭은?

제일기획 디지털부문 장효정 프로
제일기획 디지털부문 장효정 프로

제일기획은 RPA 솔루션을 도입하여 단순 반복 성격의 업무를 자동화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비개발자도 쉽게 RPA를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를 진행했고, RPA와 사람 간의 협업을 강화해 직원 만족도를 높였다. 제일기획은 향후 RPA 도입 영역을 확대해 확보한 자원을 고부가가치 창출에 주력할 예정이다. 제일기획 디지털부문 장효정 프로를 만나 RPA 추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일기획에 특화된 자동화 로봇 ‘로프로’로 개선한 업무 효율성
제일기획의 장효정 프로가 속해 있는 팀은 업무 특성 상 고객사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80여 개 글로벌 웹사이트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이트의 메뉴명부터 신제품 설명 페이지와 이미지 등이 각국 언어별로 잘 표현됐는지, 혹시 사이트에 링크가 잘못된 것은 없는지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검수하는 데에 큰 자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RPA를 도입하기로 했다.

제일기획은 디지털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 RPA 로봇에 제일기획의 ‘프로’ 직책을 주어서 ‘로프로’라고 부르고 있다. 로프로가 하는 작업은 크게 글로벌 사이트들의 ▲현황파악 ▲문서(텍스트)에 대한 분리작업과 통합작업, 업데이트 ▲프로덕션 완료 후 검수 작업 등이 있다. 고객사의 제품 출시마다 진행됐던 많은 양의 반복 작업을 로프로를 통해 자동화했다.

제일기획은 RPA도입을 장단기적인 관점을 고려하여 추진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업무의 수작업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개발하고 적용해서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RPA 도입 초기에 업무의 효율을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첫 5개월간 120개 프로세스 개발을 통해 반복 업무를 개선했다. 내부적으로는 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확인했던 60만 건의 카피(문구)를 로프로가 대신 확인하고 수많은 추출업무를 자동화하여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RPA 도입을 통해 절감된 시간과 인력을 더욱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장효정 프로는 장기적인 관점에 대해서 “향후 디지털 마케팅 부서의 업무를 현업 담당자가 직접 개발하고 유지 보수할 수 있도록, 비개발자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 때문에 간편한 UI로 비개발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아이패스(UiPath) 솔루션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업의 파트너로서 RPA의 올바른 이미지 구축
제일기획은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RPA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이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빼앗는다고 우려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로봇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장효정 프로는 “로프로의 도움을 받는 현업들과의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로봇이 업무를 혼자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알리면서, 현업도 QA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로프로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제일기획 디지털부문 장효정 프로
제일기획 디지털부문 장효정 프로

컴포넌트 기반 개발로 확대될 RPA 도입 영역
제일기획은 향후 신제품 출시 캠페인 등에도 RPA를 원활하게 적용하기 위해 컴포넌트 위주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즉 비슷한 업무를 자동화할 때 활용하기 편리한 부재료를 미리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 개발된 프로세스를 재활용하여 개발을 진행할 경우 리드타임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컴포넌트 기반의 마스터덱을 개발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고 있다. 처음부터 덱을 만들 필요 없이 기존의 마스터덱을 복제하여 바로 필요한 부분만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휴먼 에러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에 부담을 갖고 있는 현업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제일기획은 홈페이지 관리 관련 업무에 꾸준히 로프로를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6개월간은 신제품 출시 업무를 중점으로 RPA를 적용했지만, 앞으로 다른 운영업무에도 자동화를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일기획은 본사로서 세계 각국에 규정에 어긋난 위반 콘텐츠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해당 콘텐츠를 사람이 바로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때문에 로프로가 룰 기반으로 여러 사이트를 모두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밖에 각국 센터들의 반복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챗봇이나, OCR의 적용도 기대하고 있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