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자동차나 기관차, 전기 등 당시로서는 생경하던 신산업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그곳에는 대한제국 사절단도 있었다. 태극기를 지붕에 내걸고 자수병풍과 도자기, 짚신, 장기판 등을 내보이던 그들은 그로버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대한제국관을 지나갈 때 전통악기로 낯선 선율을 연주했다.
고종황제가 보낸 사절단은 새로움으로 가득 찬 박람회에서 또 다른 신비함으로 '자주 국가로서의 대한제국'을 알리고자 파견된 이들이었다. 독특한 색채를 띤 우리 문화는 휘황찬란한 산업발전 전시장 한복판에서 세계인들의 뇌리에 첫인상을 심었다. 조국을 세계에 알린 뒤 돌아온 그들은 박람회에서 목격한 신산업과 신기술을 말하며 대한제국의 단계적 근대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전선과 전화, 전차라는 새로움이 종전 모습과 다른 세상을 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박람회는 근대 산업 발전 과정에서 긴 시간 동안 신비함과 색다름의 사이를 오가며 신산업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기회의 장'으로 존재해 왔다. 전시 부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자사의 신기술을 선보이는 동시에 타 업체가 선보이는 색다름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신기술에 매료된 관람객까지 더해져 정해진 기간과 공간 속에서 밀도 높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 기존 틀을 깨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도출됐고, 다채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됐다. 대규모 박람회가 보인 파급효과를 목격한 경제 주체들은 박람회를 적극 유치해 왔다. 국내에서도 현재 매년 500건이 넘는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다.
'세종 스타트업 위크'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시, 세종창업벤처기관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세종지역 최대 창업박람회다.
세종 스타트업 위크를 주관하는 세종창벤협의회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16개 공공·대학·창업 유관기관이 세종시 창업벤처 육성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2017년에 자발적으로 발족했다. 세종지역 창업문화 확산 및 생태계 확장, 우수한 세종 스타트업 신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종 스타트업 위크는 창업자들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세종나래+메타버스' 타이틀로 개최되는 세종 스타트업 위크 2021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언택트 신기술로 주목받는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스타트업 위크 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구현하며 비대면으로도 현장감 있게 세종지역 창업기업의 신기술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메타버스로 치러지는 개막식에서는 정부, 기업, 유관 기관장이 캐릭터로 등장해 시민과 함께 전시장을 거닌다. 청년창업경진대회, 창업멘토링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세종 창업기업의 색다른 기술이 집약된 스타트업 시제품은 온라인 쇼핑라이브를 통해 어떤 곳에서든 구매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포럼, 창업 미니클러스터 데이 등 각종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는 세종시가 스마트시티 조성 시범도시로 선정되며 창업 불모지에서 기술 창업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세종시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 테스트베드로서 창업기업이 신산업·신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창의적인 혁신을 검증하기 위한 지역 창업기업이 활약할 수 있고, 타지의 유망한 창업가에게도 세종시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의 길을 여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2년 연속 치러지는 언택트 박람회에서 세종 스타트업 위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자 한 본연의 목적을 위해 무제한 공간을 토대로 세종과 세계를 연결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앞으로는 더 갖춰진 비대면 시스템을 활용해 세계무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오갈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한다. 이번 세종 스타트업 위크 2021이 성공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박람회 모델로 자리 잡아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털어 내며 또 다른 가능성의 동력이 시작되는 장이 되길 바란다.
아마도 세종대왕이 세종 스타트업 위크에 온다면 장영실의 물시계·해시계를 선보이며 백성을 이롭게 하는 물건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박철순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장 cholsoonsk@cce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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