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13일 도로교통법 재개정 후 4개월여가 지났다. 헬멧 착용 의무화, 운전면허 의무화로 소비자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동킥보드 제조·운영사의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 2개월 동안 자비를 들여 공용헬멧을 제공했음에도 매출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동킥보드 업계에 줄도산 공포심이 퍼지고 있다.
22일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는 국내 60여개 퍼스널모빌리티(PM·전동킥보드) 제조·유통·판매업체 가운데 50% 이상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밝혔다. 4개월(5월 13일~9월 13일) 동안 국내 상위 3개 개인용 전동킥보드 제조사의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A사 71%, B사 29%, C사 20% 등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사의 상황도 심각하다. 복수 공유킥보드 운영사는 5월 13일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 대응해 공용헬멧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토로했다. D사는 7월 1일부터 공용헬멧을 자사의 모든 공유 킥보드에 탑재, 서비스하고 있다. 그래도 2개월 동안 지난 4월 대비 매출이 36% 감소한 채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유킥보드 이용자의 약 50%는 공용헬멧이 비치됐지만 불편해서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유킥보드 기업이 자비를 들여 공용헬멧까지 공급했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은 헬멧을 킥보드에 그대로 걸어둔 채 킥보드를 이용했다. 경찰 단속으로 벌금 2만원을 물더라도 타인이 쓰던 헬멧은 쓰는 것을 거부했으며, 단속이 강화되더라도 공용헬멧을 쓰고 공유킥보드를 타느니 버스·공유자전거·도보 등 다른 이동 수단을 선택하겠다는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멧 착용 의무화 조치가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역설적으로 시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송지용 한국스마트이모빌리협회 사무국장은 “헬멧 미착용이 위험하다면 차라리 최고속도를 기존 25㎞에서 15~20㎞로 낮추고 자전거처럼 헬멧 없이 킥보드를 타게 하는 것이 시민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헬멧 착용 의무화와 함께 운전면허 의무화의 여파도 크다. 실제로 공유킥보드 기업이 업무협약을 맺은 전국 대학을 중심으로 올해 4월 대비 공유킥보드 매출이 급감했다. D사 연령별 이용현황 분석 결과 16~24세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자가용이 없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공유킥보드 이용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매출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면허증이 필요하다면 자동차나 원동기 면허 대신 전동킥보드에 부합하는 교육·면허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 사무국장은 “전동킥보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주행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면 되고, 면허가 필요하더라도 자동차나 원동기 수준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