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호남권 경선에서도 건재함 과시, 대장동 의혹 영향 제한적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역순회 경선에서 대세론을 재차 과시했다. 열세로 평가받던 광주·전남지역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처음으로 패배하며 승리를 내줬지만, 0.17%포인트(P) 차이 박빙승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예비후보(왼쪽부터)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지역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예비후보(왼쪽부터)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지역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호남지역은 약 20만명의 선거인단이 포진한 지역으로 이번 경선 최대 승부처로 꼽혔다.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70만여명의 30%에 달하는 비중이다. 12만7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한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1위 이낙연(47.1%), 2위 이재명(46.9%), 3위 추미애(4.3%), 4위 김두관(0.9%), 5위 박용진 의원(0.6%)의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경선은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두고 벌인 고향 땅 승부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이 지사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 공세를 받고 있었던 만큼 승부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은 일단 이 전 대표의 첫 승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표 차이가 크지 않아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가 지난 4차례 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까지 내리 승리하며 누적득표 과반을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0.17%P 차이를 반전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이 전 대표 우세지역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친 이 지사의 선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도 이 지사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호남 승부의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적어도 경선에서만큼은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됐다.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 첫 승을 시작으로 2차 슈퍼위크에서 역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기대지만, 남아있는 경선 지역에 인천, 경기가 포함된 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가 그나마 바라볼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로 결선 투표를 주목하고 있다.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이 과반 이하로 내려오면 이 전 대표는 양자 결선 투표에서 다시 승부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지사와 지지 세력이 겹치는 것으로 평가받는 추미애 전 장관이 3위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변수다. 추 전 장관의 상승세가 이 지사의 득표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결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 결선에서 추 전 장관의 지지가 이 지사로 다시 옮겨오는 만큼 승부 결과를 뒤집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이 전 대표가 승부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광주·전남에서 큰 격차의 승리를 거뒀어야 한다. 대장동 의혹 역시 이 지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추 전 장관의 상승세가 결선 투표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남은 경선에서 대승을 거둬야 역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