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물결이 바뀌고 있다. 돈을 찍어 시중에 뿌리던 양적완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 미국 트럼프노믹스 시대를 관통했던 세계 통화정책에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축통화를 운영하는 미국의 움직임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통화 긴축 의지를 시사했다. 월가와 미국 정가에서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오는 11월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금리인상설까지 흘러나온다. 연준은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 등을 고려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에서 5.9%로 낮췄고, 물가상승률은 3.4%에서 4.2%로 크게 높여 잡았다.
중국도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그룹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헝다는 29일 다시 고비를 맞는다. 500억원대 채권이자를 내야 한다. 헝다의 채무불이행 위기감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세계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헝다는 시작일 수 있다. 앞으로 중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0년대 말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금융위기도 부동산에서 출발하지 않았는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세계 증시는 폭락했고,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한·중 무역 관계를 고려할 때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 및 부채 규모 축소와 같은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한계기업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면밀한 상황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역시 조절이 요구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순간 우리 경제에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30세대 청년들의 '묻지마 빚투'에는 역시 조절 장치와 안전망이 설치돼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정상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방지를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