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와 카카오뱅크가 금융 마이데이터 시장에 진출한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와 인터넷전문은행이 마이데이터 시장에 뛰어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1번가, 카카오뱅크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본허가까지 약 3개월의 심사 기간을 감안하면 이들 두 기업은 내년 초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e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포문을 연다. 판매·유통데이터를 보유한 e커머스는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 왔다. 이를 기반으로 간편결제를 넘어 종합 자산 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서비스로의 영역 확장이 손쉬워진다.
11번가는 마이데이터 고객 정보 분석 결과와 데이터 역량을 결합, 소비지출 분석은 물론 쇼핑 전 과정에서 편의성을 극대화할 서비스 제공이 목표다. 11번가를 시작으로 유통업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와 마켓컬리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인허가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선 라이선스가 있는 기업과 제휴를 통해 올해 사업성을 타진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 진출을 공식화했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해 전 금융권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신용정보, 데이터를 한데 모아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통해 금융 플랫폼으로서 성장을 본격화한다는 복안이다.
여러 개인정보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모아 볼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금융이 플랫폼화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한 대환대출 플랫폼 시장이 열릴 경우 카카오뱅크 플랫폼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카카오페이 등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는 은행으로서 스스로 대출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플랫폼 시장 정착에 성공한다면 카카오뱅크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이용해 시장을 선점,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떠오를 수 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