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엄격한 법규제 잣대를 적용하는 건 혁신을 저해하는 겁니다”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으로 서비스 중단에 이른 빅테크·핀테크 플랫폼 기업의 하소연이다.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카카오페이, 핀크 등은 보험 추천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파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각되자 카카오 주가는 20% 넘게 빠졌다.
금융 플랫폼은 정부 규제로 인해 혁신 시계가 멈췄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혁신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온·오프라인 연결은 혁신과 직결됐다. 설계사에게 상담해야 하던 보험을 플랫폼에서 비교할 수 있으니 자체로도 고객 가치를 높였다. 소비자 갈증을 해소하니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봤다.
플랫폼은 사회 전반에 걸친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민심도 돌아서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플랫폼은 골목상권을 지배했고, 문어발식 계열사 상장으로 돈 잔치를 했다. 혁신으로 포장했지만 과거 재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으로 출발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대출은 외면하고 고신용에 집중했다. 핀테크 플랫폼도 플랫폼과 계약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P2P금융을 광고해 놓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슬그머니 발을 뺐다.
금융당국이 플랫폼에 칼을 꺼내 든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핀테크 기업은 억울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서비스 개선을 알렸다지만 일선에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플랫폼은 고객을 모으고, 백화점식으로 금융상품을 입점시켜 수수료를 받아 왔다. 이런 식의 영업은 혁신이 아니다.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 플랫폼도 혁신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플랫폼 자체가 혁신인 시대는 지났다. 플랫폼 위에 부가가치를 더해 금융 소비자에게 어떤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