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가맹점 중심의 결제시스템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해야 할 것은 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국내 결제·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세진 하렉스인포텍 결제인프라연구소 소장이 '사용자 중심 결제'로 결제 시대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30년 이상 결제·밴 분야에 근무해 온 그는 최근 하렉스인포텍에 합류, '결제인프라연구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내 결제·밴 분야 '통'으로 알려진 그의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사용자중심 결제는 기존 결제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콘셉트다. 지금까지는 가맹점주가 고객의 카드를 건네받고 매장에 설치한 결제단말기를 이용, 밴사를 통해 결제승인을 받는 구조다.
반면에 사용자 중심 결제는 고객의 금융정보를 가맹점에 전달하지 않고 가맹점주로부터 거래금액을 전달받아 고객이 직접 결제승인을 받는다.
박 소장은 “가맹점이 사용자에게 거래금액을 전달하면 사용자는 합당한 가맹점인지 거래금액이 정확한지 체크한 뒤 금융기관의 승인을 받는다”며 “이 결과는 가맹점주에게도 알려주는데 가맹점주는 데시보드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중심의 터미널이 고객 중심으로 바뀌는 셈이다. 결제기가 스마트폰에 있어 기존 결제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결제 과정에 밴이나 PG(전자결제)사를 이용하지 않는다.
사용자 중심 결제방식이 사용자에게 주는 이익도 크다. 대표적 예로 하렉스인포텍이 사용자 중심 결제를 위해 개발한 'UB플랫폼'은 일종의 공유플랫폼이다. 거래가 일어나면 이 플랫폼 내에 개인 거래 데이터가 쌓인다. 쌓인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쉽게 만든다.
그는 “고객이 서비스제공기관과 온라인으로 연결돼 현장에서 즉시 쿠폰과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다”며 “고객은 자기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여러 사업자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 사용자가 사업자별로 찾아가 사용해야 했다. 사용자 중심 결제는 수익이 생기면 일정부분을 회원에게 제공한다. 사용 시점에 공유 포인트를 적립하는 식이다. 사업자별 포인트 구분이 없어지고 사용자 중심으로 포인트가 모이게 된다.
결제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용이하다. 사용자 중심 결제는 필요하면 고객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다.
사용자 중심 결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 중이다.
박 소장은 “울산 지역에 페달이라는 O2O서비스가 있는데 이 서비스 가맹점에 현장에서 POS 역할을 하는 UB칼큘레이터(계산기)를 공급해 서비스할 예정”이라며 “서비스 개발이 완료됐으며 소규모 검증에 이어 본 서비스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마켓서비스가 내달 10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출시하는 앱 '씨장(See장)'에도 하렉스인포텍의 'UB칼큘레이터'와 '복합 결제' 기능이 탑재된다. UB칼큘레이터로 물건 값을 계산하고 거래금액을 고객에게 전달하면 고객의 앱 화면에는 지불해야 할 금액이 나타나며 고객이 승인하면 결제와 함께 포인트까지 쌓인다. 또 '복합 결제'는 모바일 상품권, 공공결제, 지역화폐, 간편결제, 포인트, 쿠폰, 카드, 현금 등을 혼합해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해외 시장 공략 청사진도 있다.
그는 “UB페이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 서비스가 확산되면 비자 마스터처럼 새로운 글로벌 결제 스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대표가 내달 아프리카에 사업 론칭을 위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렉스인포텍은 아프리카에 서비스를 위한 UB칼큘레이터를 1억대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다.
박 소장은 앞으로의 결제환경이 사용자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상위 서비스가 나오면 하위 서비스는 빠르게 소멸한다”며 “일부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상위 서비스가 괜찮다는 콘셉트가 공유되면 인프라는 쉽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세진 소장은 지금껏 IT기반의 결제·밴 관련 업무를 맡아온 이 분야에 손꼽히는 전문가다. 1988년 한국정보통신에서 결제·밴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재직했다. 1998년부터는 키스정보통신 IT개발 총괄을 맡았으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나이스정보통신 IT총괄 임원으로 근무했다. 2019년에는 오케이포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업에서 그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대표 사례가 현금영수증이다. 그는 공평과세와 소상공인에 대한 정확한 지원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현금영수증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2000년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 출원을 하고 2002년 특허등록(특허등록 제 354493호)을 받고, 특허 내용을 국민제안 형식으로 정부에 제안했다. 이 제안은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했고 2005년 사업화됐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