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를 도로나 집 등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해야 한다는 '이격거리 규제'를 갖춘 지방자치단체가 12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 풍력발전소 이격거리 규제를 중복으로 갖춘 곳도 53곳에 달했다. 정부가 수년째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규제 확산을 막으려 했지만, 규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오히려 확대됐다. 에너지 업계는 이격거리 규제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4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갖춘 지자체는 129곳이다. 지난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갖춘 지자체는 128곳이었지만 올해 경기 과천시에서 이격거리 규제를 신설해 1곳 더 늘었다. 또 이중 풍력 이격거리 규제를 중복으로 갖춘 지자체도 53곳이나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고 있지만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오히려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둔 지자체 수는 2014년 1곳, 2015년 4곳, 2016년 8곳, 2017년 22곳, 2018년 90곳, 2019년 122곳, 2020년 128곳으로 지속 확대됐다.
이에 산업부는 태양광 입지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2017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오히려 6배 가까이 늘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만으로는 우후죽순 증가하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막지 못했다.
태양광 이격거리 기준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최소 20m에서 최대 1000m까지로 지자체마다 각각 달랐다. 한 예로 경북 울진군은 도로 이격거리는 1000m 이상이어야 되는 반면에 주거 이격거리 규제는 없었지만, 충남 부여군은 도로 이격거리는 300m 이상이면 되지만 주거 이격거리는 1000m 이상이어야 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이격거리) 기준을 다 지키려다보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만한 곳이 없고 이격거리로 사업도 취소되는 실정”이라며 “이격거리 규제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불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풍력 이격거리 규제를 둔 지자체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풍력 이격거리 규제를 둔 지자체는 22곳이었다. 올해에는 두 배 넘는 53곳까지 확대됐다. 특히 풍력 이격거리 규제는 주거 기준 평균 1032m, 도로 기준 평균 603m 수준이다.
이성만 의원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주민수용성을 고려하면서도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처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개선안이 제시되면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개선에 대한 용역을 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전국 지자체별 태양광·풍력발전 시설 이격거리 규제 현황(2021년 8월 기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