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본의 전기차 도입, 예측 가능해야

우정사업본부가 2년 만에 초소형 전기차 도입을 재개한다. 도입 물량은 310대다. 올해까지 1만대를 도입하기로 한 원래 계획보다 한참 모자란 수준이지만 사업 재개라는 측면에 의미가 있다. 해당 사업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2018년 우편 배달용 이륜차 1만5000대 가운데 1만대를 교체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이륜차보다 안전한 사륜차이고, 친환경 전기차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 사업이다. 2018년 교체계획을 공식화해서 우편 배달용으로 사양을 맞추고, 국내 중소기업 복수를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그러나 2019년 1차 물량(1000대) 발주 후 사업이 중단됐다. 일선 현장에서 안전성, 운영 효율성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한 듯 2년 만에 재개된 발주 조건에는 국산 부품 적용을 의무화하고, 안전 사양을 강화했다. 에어백을 필수로 추가했으며, 중립(N)이나 주차(P) 상태에서만 시동이 걸리도록 했다. 후방 보행자를 위한 후방영상, 후진 경보음뿐만 아니라 접근경보음까지 갖추도록 했다. 배터리, 모터 등 주요 부품의 보증기간도 크게 늘렸다. 요구 사양을 높이면서 보험료·정비비를 포함한 5년 동안의 대당 리스 비용도 300만원 정도 올렸다.

관련 업체는 적은 발주 물량도 불만이지만 2년 만의 사업 재개에도 여전히 향후 일정이나 계획 등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더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2018년 정부 계획대로 사업을 준비했다가 수십~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310대 운용을 통해 보완할 점 등을 살펴보고, 추가 수요 등을 고려해 도입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사업 재개를 통해 안전성이나 운영 효율성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계획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년 전의 혼란이 재현될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은 회사 운명과 직결된다. 우정사업본부가 관련 기업과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더 많이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