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 벤처 붐 주역으로 '팁스(TIPS) 창업기업'을 꼽으며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보금자리인 팁스타운 운영 예산은 매년 삭감되고 있다. 팁스타운을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던 정부의 강한 의지와 대조된다. 정부는 내년도 서울 팁스타운 운영 예산을 42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50억5000만원에서 16.8% 줄었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유망 기술창업기업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공동 사업이다. 혁신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 팀을 민간 주도로 선발하고 정부가 이들에 연구개발(R&D), 사업화 자금을 연계해서 지원한다. 팁스타운은 이들 창업 팀의 육성 공간으로 팁스 운영사, 벤처캐피털(VC), 창업 팀, 지원기관이 함께 모여 창업·투자·네트워크 및 해외 진출까지 이뤄 내는 곳이다.
중소벤처기업부·한국엔젤투자협회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 팁스타운 4개동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강남구청의 강남스타트업센터와 포스코의 체인지업그라운드까지 자리 잡으면서 6개 건물로 확대됐다. 정부는 스타트업 지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플러그앤드플레이테크센터나 영국 테크시티처럼 팁스타운을 키울 방침이다. 입주 스타트업은 팁스타운을 주변 시세 대비 65% 수준의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리적 이점과 함께 VC 접근성 등으로 창업팀의 지원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팁스타운은 서울 강남지역에 위치해 건물 임대료 등 고정운영비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예산은 매년 동결되거나 삭감되면서 운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올해에도 중기부가 팁스타운 운영비 일부 금액을 보전해 줬다. 팁스타운은 지금도 입주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팁스타운 입주를 위한 경쟁률은 두 자릿수를 보일 정도로 창업 대기자가 줄을 잇고 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5일 “팁스 창업 팀의 창업 활동 지원을 위해선 재정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서울은 민간주도형, 지역은 지방자치단체 협력형으로 팁스타운을 더 확대해서 오픈 이노베이션 환경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팁스타운 측 관계자는 “올해는 중기부가 구멍을 메워 줬지만 내년도 예산이 또 삭감되는 바람에 스타트업 임차료 인상이나 팁스타운 축소 운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표>서울 팁스타운 운영예산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