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자리 미스매치

'미스매치'. 최근 채용 시장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다.

어느 곳 하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데가 없다. 조선업계는 일감이 몰려드는데 정작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정보기술(IT) 업계 역시 개발 인력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기자수첩]일자리 미스매치

기업은 구인난이라지만 취업난도 계속 심해진다. 청년 구직 단념자가 급증하고 있다. 구직 단념자 가운데 30~40%가 20~30대 청년층이다.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는 대부분 고경력자를 원한다. 청년 구직자가 명함을 내밀기 쉽지 않다.

중장년층 숙련공도 현장을 떠나고 있다. 중소 조선·뿌리산업 중심으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임금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현장의 열악한 근로 여건을 줄어든 임금을 받으며 견딜 이유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택배나 배달로 완전히 생업을 변경하는 제조업 근로자가 적지 않다.

흔히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든다. 삼성과 SK를 제외한 주요 대기업은 이미 대규모 공채가 아니라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명문대 출신이나 석·박사급이 아니면 대기업엔 엄두도 내기 어렵다.

좁아진 취업 문턱에 청년 구직자 상당수는 초단기 일자리로 내몰린다.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으니 참여할 프로젝트도 많지 않다. 최근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 중심으로 청년 라이더가 급증하는 현상 역시 마땅한 선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를 택하는 '자발적 긱 워커'라기보다는 '비자발적 긱 워커'에 가깝다.

청년 창업기업 증가 역시 마냥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던 청년층이 고민 끝에 선택한 자구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중소기업 취업 경력보다는 창업 경력 한 줄이 이력서에 적기 좋은 시대가 된 지 오래다.

단순 지표에 매몰된 고용 정책만으론 한계다.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지속 가능한 고용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 없이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