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통령 직속 '기업투자청' 신설해야

바야흐로 '제2 벤처 붐' 시대다. 저성장과 코로나19에 막혀 산업경제의 끝없는 추락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벤처투자 시장은 연일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누적 벤처투자 실적이 4조6158억원으로 지난 2020년 한 해 실적인 4조3045억원을 훌쩍 넘겼다.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 기업 또한 지난해 75개사 대비 92개사이며, 1조원 가치 기업인 유니콘 기업 역시 15개사까지 늘었다. 이처럼 벤처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건 민간 투자의 지속적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창업지원 정책은 어떨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시절 정부주도형 산업 육성의 초기 그림을 그대로 본떠 정부 주도적 벤처육성책을 지속 설계해 왔다. 정부의 직접 부양으로 벤처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보면 독특한 아이템과 민감한 시장 변화를 캐치한 스타트업들이 국내 벤처기업보다 빠르게 글로벌화로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지금의 전통적 창업육성 지원책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가 발굴, 시장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사업 기초 확립 등을 형평성과 공정성을 앞세운 '정부 지원'이라는 개념으로 실현하기에는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이제는 민간의 시선과 참여로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할 때다.

비즈니스 아이디어 개발을 '지원'이 아니라 '투자' 형태로 육성해야 하다. 사업화 역시 '지원' 아닌 '투자'로 구현돼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 육성을 정부의 시선이 아니라 민간의 판단과 투자 참여, 전문 역량의 투입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투자형 정책으로의 대대적 변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벤처투자에 큰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의 현재 기조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모험 투자를 간판으로 해서 벤처 생태계를 이끌던 모태펀드가 오늘날 안전운영 자산으로 변모하며 눈에 뻔한 성장의 벤처만을 탐색하고 있는 현실은 애초 모태펀드의 탄생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위험 투자 펀드로의 가치 시현을 위해 소규모 투자 펀드를 다수 만들어서 초기 창업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 위험성은 투자 전문 기관의 보육 및 성장 역량을 통해 낮춰 나가면 된다. 재무 안정성 및 회수 가능성 중심의 투자보다는 기업의 가치와 비전, 투자기관의 보육 역량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창업보육형 투자 펀드 확대로 모험 펀드가 발전해야 한다.

최근 혁신 스타트업의 활약과 벤처 붐 확산으로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늘고 있다. 비상장과 상장 기업을 떠나 혁신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에 전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 모태펀드 역할에 대해 재고해야 할 최적의 시기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관장하고 자본 투자와 회수, 기업 성장의 투자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 전문 투자청을 신설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 관점의 중기부와 자본 시장 관점의 금융위원회를 아울러 기업 금융을 컨트롤하는 투자청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에서 유니콘으로 인정받을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차기 정부가 기존의 창업 정책을 반복하지 않고 더욱 혁신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으로 새롭게 판을 짠다면 가능한 기회일 것이다.

우주로 가려면 로켓이 있어야 하며, 로켓은 전문 발사체를 필요로 한다. 스타트업이 세계로, 우주로 가는 로켓에 몸을 담기 위해서는 기업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청이 발사체(런치패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직속 기업투자청 신설이 제3, 제4의 벤처 붐을 이어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

이준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 landll@ibuil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