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국제결제 다극화 패러다임의 등장과 과제

[ET단상]디지털 국제결제 다극화 패러다임의 등장과 과제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금융거래의 불확실성과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금융서비스와 차별화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를 주도하는 것이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결제이다.

이제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은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국제금융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구축된 기존 국제결제 시스템은 물리적 거리, 결제 시간의 지연, 환율 리스크 등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수수료가 높은 독과점을 이루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수수료와 국제결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낮춘 새로운 국제결제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빅테크 플랫폼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한 빅테크 플랫폼은 국제 전자상거래의 결제, 국제 송금, 해외 주식거래와 해외펀드 상품 구매 등 다양한 국제금융 서비스를 금융기관의 오프라인 지점을 통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게다가 더 나아가 이들 빅테크 플랫폼은 1973년 오프라인 금융사 위주로 형성된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와 같은 기존 국제 청산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중국 정부는 2015년 10월부터 CIPS(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를 도입하였다. CIPS는 인민은행이 개발한 자금 청산 결제 시스템을 말한다. CIPS는 위안화 국제 무역 결제, 국제 자본 프로젝트 결제, 국제 금융기관 및 개인 송금 결제 업무 등을 포괄한다.

CIPS 참여자는 2020년 11월 말 기준으로 1046개 기관이다. 그 가운데 직접 참여자는 41개이고 간접 참여자는 1005개에 달한다. 간접 참여자의 경우는 아시아가 768개(중국 내 441개)로 가장 많고, 유럽 139개, 아프리카 26개, 호주 19개, 남미 16개이다. 특히 CIPS는 모바일 국제결제의 경우 예외적인 청산결제를 허용하여 수수료 절감이 가능하도록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 역시 자체 국제결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유럽지역 내 실시간 소액 결제에 필요한 참가 기관의 유동성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TARGET2, Trans European Automated Real time Gross Settlement Express Transfer System2)과 연계한 실시간 지급결제시스템 TIPS(TARGET Instant Payment Settlement)를 2018년 11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TIPS를 국제결제 플랫폼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존의 결제 관련 규제를 변경하여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모바일 결제 플랫폼에도 국제결제 자격을 부여하는 디지털 지급결제 공동규범(PSD2, Payment Service Directives 2)도 도입하였다.

중동지역의 경우도 2020년 원유 국제결제를 중심으로 아랍 지역의 역내 국제결제 시스템 BUNA(Regional Cross-Payment System Owned by the AMF-The Arab Monetary Fund)를 도입하였다. BUNA는 120개 이상 은행이 가입한 복수통화 지급결제시스템으로, 참가 통화별로 24시간 실시간 자금 이체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BUNA는 국경 간 결제·통관 거래에 아랍 통화 사용을 장려하고 아랍 국가의 글로벌 무역 파트너와 투자 관계를 지원함으로써 아랍 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 통합을 촉진한다는 비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외무역과 대외금융 거래 규모가 큰 한국은 이처럼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이 다원화되고 서로 경쟁하면서 수수료 절감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는 유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sbongk@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