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줄줄이 이슈가 엮인 고구마 줄기가 될 것인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정치권과 대선판이 일대 혼란이다.
야권은 대장동 개발 관련 과도한 이익을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로 지적한다. 최근에는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본부장이 구속되면서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러 정치인들이 특검 촉구를 위한 장외투쟁에 나섰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 지사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땅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도쿄 아파트 논란으로 시끄러웠다면 이번 대선은 대장동 이슈로 점철되면서 또다시 부동산 선거판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권 관심은 대장동 의혹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력에 모아지고 있다. 야권은 '대장동 게이트'로 공세 수위를 본격적으로 높이며 그 몸통으로 이 지사를 지목하고 있다. 공영개발에서 민간에 과도한 수익이 가도록 설계하는 과정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의 관여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에 대한 공세는 비단 야권에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대장동 의혹 관련 “종국적으로는 특검을 안 갈 수가 없다”며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장동 특검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함께 추진한 야권의 요구 사안이다.
현재 민주당 경선 2위인 이낙연 전 대표 역시 대장동 의혹에 이 지사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당초 당내 경선 갈등, 분란 조장 프레임 등의 우려로 대장동 의혹 제기하는데 소극적이었지만, 10일 서울 최종 경선을 앞두고는 “이 지사도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본부장을 구속한데 이어 이성문 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 이 지사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지지율의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 지사에 대한 여권 지지층 팬덤이 형성된 시점에서 오히려 더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치러진 호남경선에서도 이 지사가 판정승을 거두었고, 지금까지 연승하며 지역순회경선 누적 과반 득표를 유지하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케이스탯리서치가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31.1%로 1위를 차지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19.6%), 홍준표 의원(14.1%)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10월 3~4일 전국 유권자 1012명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경선 최종 승자는 이 지사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대장동 이슈가 본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변수다. 당내 주자들과 겨루는 경선과 달리 다른당 후보와 맞서야 하는 본선은 중도층 확보에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사위는 향후 특검 여부와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대장동 사태가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결집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민주당 주류가 아니었던 이 지사가 신주류로 등극하고 있다”며 “대장동 관련 이 지사에 대한 확실한 연루 증거나 치명적인 결함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의 지지율이 흔들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대장동 이슈는 점차 이 지사 연루 의혹을 넘어 전체 정치권 부동산 폭로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야권의 공세에 여당도 반격을 시작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한 대장동 관계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시행사였던 화천대유 실소유자인 김만배 씨의 누나가 윤 전 총장 부친의 자택을 사들인 것을 문제삼고 있다. 여기에 윤 전 총장 장모 관련 농지법 위반 의혹부터 아파트 개발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지사 캠프에 합류한 양이원영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울산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원내대표 소유 임야로 휘어져 관통했다고 주장하는 등 부동산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 지사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다. 경선 승리가 유력해 지면서 경기지사 사퇴를 검토하고 있지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18일과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 예정대로 출석한 뒤 지사직을 사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 지사가 이번 국감을 대장동 의혹에서 스스로를 변호하고 직접 국민들에게 해명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지사는 과거 국감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맞서며 할 말은 하는 강인한 모습을 연출해 왔었다. 이번 국감에서도 강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선례는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징계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책상을 두드리는 등 강한 모습을 연출하며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국정감사에서 월성원전 조기폐쇄 관련 소신발언으로 인지도를 키웠고 현재 야권 대선후보로 뛰고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지사의 증인 출석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 지사의 잘못을 캐기 위한 국감이 오히려 대선후보로의 경쟁력을 키우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지사는 이번 국감을 대장동 의혹 해명과 함께 대선주자로서 본인의 경쟁력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는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단순 호통이나 따져묻는 질문이 아닌 인과관계가 제대로된 세밀한 질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