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손님이 줄고 있는 동대문 도매상인, 기성 속옷이 불편한 여성, 패션 감각이 제로에 가까운 대학생. 고민과 불만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기술을 만나면서 하나의 비즈니스가 됐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았고 이제는 더 큰 무대 진출을 앞두고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모였다.
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1' 박람회에서는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투자유치 지원을 위해 데모데이가 열렸다. 유망 스타일테크 기업이 모여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술력을 뽐내는 자리인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스타일테크는 패션, 뷰티 등 스타일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신사업 분야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50여개 기업을 선정, 매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디자인 전문인력, 프로토 타입 제작 등을 지원한다.
이번 데모데이 역시 아모레퍼시픽, 이랜드리테일, F&F파트너스, 클리오 등 패션·뷰티 업계 대표 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투자유치나 사업화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피칭에 참여한 총 8개 기업은 오프라인 중심이던 패션, 뷰티 영역을 AI,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디지털 전환을 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했다. 특히 기존 시장 한계나 고객 불편을 기술 접목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동글의 e커머스 플랫폼은 침체된 동대문 의류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와 도매상인을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 새로운 활로 모색 창구가 됐다. 동대문 시장에서 오랫동안 의류 도매업을 한 경험을 토대로 정보기술(IT)을 접목, e커머스 플랫폼 개발까지 이르렀다.
권경렬 동글 이사는 “도매 의류 역시 브랜드가 돼야 소비자는 물론 의류기업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도매상인이 e커머스 시장 진입을 위해 필요한 모든 업무를 대행,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소비 주체이자 디자인에 민감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겨냥한 서비스도 봇물이다. 확실한 자기 취향과 사용자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는 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끈다. AI를 이용해 맞춤형 속옷을 제안하는 라이크낫의 속옷 큐레이션 쇼핑 플랫폼과 나만의 디지털 옷장을 만들어 코디를 제안하는 룩코 'AI 스타일링 서비스'가 대표 사례다.
이예린 라이크낫 대표는 “맞춤형 속옷 제안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약 4만건에 달하는 체형, 속옷 정보를 모았다”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속옷의 불편함을 체형에 맞는 제품 추천으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해신 룩코 대표 역시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경험을 높일 디지털 옷장이 긍정 평가를 받으면서 약 7개월 만에 글로벌 사용자 25만명을 달성했다”면서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자동으로 내 옷장이 디지털화되고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커뮤니티 기능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스타일테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액은 302억원에 달한다. 창의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력, 체계적인 지원 체계가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은 313%, 인력은 160%가 늘어나는 등 성과도 두드러진다.
이상민 디자인진흥원 디자인테크팀장은 “스타일테크 지원 프로그램은 디자인 영역에서 체계적 지원과 함께 대·중견기업이 참여해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데 차별화가 된다”면서 “대기업에는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중소기업에는 대기업과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디자인진흥원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섬유·패션산업-디자인 융합 신규 정책 개발 △온·오프라인 인프라와 콘텐츠 공유 △스타일테크 생태계 조성 등에 협업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