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3000 이하로 급락하는 등 증시가 뒷걸음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은 반대로 '불장'에 들어섰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가상자산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5만5000달러(약 6543만원)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5만5000달러 이상으로 돌파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7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6500만원 수준에 거래 중이다. 24시간 전 기준 7.74%,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26.29% 시세가 급등했다. 비트코인 시가 총액은 1조2355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 시세와 국제 시세 격차를 의미하는 '김치프리미엄'도 2%대를 유지 중이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알트코인들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은 24시간 전 대비 2% 상승한 4219만원에 거래 중이며 24시간 전 대비 약 17%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합계는 사상 최고치인 2억5000억달러(약 2974조원)에 근접했다.
호황을 보이는 가상자산 시장과 달리 글로벌 증시는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 헝다 그룹 사태에 이어 전력난 고조, 미국에서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 증대, 부채 한도 불확실성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주요 기술주들이 고점 대비 10%대 가격 하락을 보이면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를 비롯해 나스닥, 다우존스 모두 침체를 보인다. 국내 증시 역시 5일 개장 직후부터 급락을 거듭하며 6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 3000 이하를 기록했다. 6일 종가 기준 2908을 기록하며 한때 2900선도 위협받았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흘러나온 자금 상당 부분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짐에 따라 리스크 헤지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매입했다고 보는 관측이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도 대표적인 호재 중 하나로 꼽힌다.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펀듸이 돈 피츠패트릭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다. 많지는 않지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시적 관점에서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해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상승장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특히 게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SEC는 가상자산을 금지할 계획은 없다”며 “SEC가 가상자산 기업들과 여러 번 갈등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선례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계절적 요인도 긍정적인 시그널 중 하나다. 가상자산 트레이딩봇 운영사 크립토호퍼의 루드 펠캠프 CEO는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10월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이는 가격 상승을 거의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번 상승장을 이끄는 펌프는 감정적 요소가 작용하는 시장 싸이클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
이형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