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반의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기업신용을 평가하는 '기술신용 평가기관(TCB)'이 탄생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 이후 전문 TCB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부 신용평가기관이 과점하던 시장에 경쟁이 시작됐다.
7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기술신용평가'가 TCB 본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신장수 금융위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은 “TCB는 기업 금융공급에서 중요한 인프라를 담당한다”면서 “새로운 TCB가 등장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전문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TCB는 적정 기술평가로 우량 기술을 통한 사업화 상품이 회사 성장과 수익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업무를 맡는다. 예컨대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집행할 때 해당 기업의 토지, 공장, 기계 등 담보물과 매출액 등 재무제표를 평가한다. TCB는 기업의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등록 등 기술력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벤처기업과 R&D기업, 특허를 보유한 기술 집약 기업 등은 TCB를 활용하면 자금 조달에 유리하다.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 이후 기존 신용평가업은 세부화되면서 전문 TCB 영역도 새로 생겼다. 기업 신용평가업은 기업정보조회업, 기업등급제공업, 기술신용평가업(TCB)등 세 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 국내 TCB사업은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 나이스디엔비, SCI평가정보 등 5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TCB가 미래 성장 확률이 높은 만큼 특허 법인·회계법인 등의 신규 진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첫 라이선스를 딴 한국기술신용평가는 나이스평가정보 출신이 만든 신생 회사로, 지난해 7월 설립됐다. 지식재산 전문기업 위즈도메인이 100% 출자한 회사다. 위즈도메인은 130여개국의 특허정보, 특허보유 기업의 재무정보 추이, 기술 분쟁정보 등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기관이 양적 분석에 치중하는 것과 대비해 한국기술신용평가는 기술의 질적 분석이 가능한 체계를 수립해 차별화했다. 은행, 신기술사업금융업,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금융기관의 의사결정 지원이 목표다.
<용어설명>TCB(Tech Credit Bureau)=기업 기술가치 등을 평가해 기술신용정보를 생성·제공하는 신용평가기관이다. 신용이 떨어지고 담보가 없는 기업이라도 TCB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수적인 은행 여신 심사 방식에서 탈피,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평가해서 자금을 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