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최근 도마에 오른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재차 고개를 숙였다. 국회의원들은 대리운전을 비롯한 골목상권 영역에서 카카오가 하루빨리 철수하고 상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은 7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김 의장에게 골목상권 생태계 파괴 방지를 위한 대책과 상생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데 이어 이틀 만에 재차 국회를 찾았다. 이날 김 의장이 국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대리운전업체 점주들이 김 의장에게 거센 항의를 제기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배달의민족이 배달 시장을 장악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에게 배달노동자와 소상공인 권익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과 안병열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을 참고인으로 세우며 중기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안 이사장은 “1회 더 유예 기간을 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역시 중기부가 명확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 장관은 “진입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권한 자체가 없다”면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로톡·강남언니 등으로 대표되는 신산업과 구산업간 갈등에 대한 질의도 시종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제정된 '타다금지법'을 사례로 들며 “타다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중기부는 법안 심의에 대한 의견을 전혀 개진한 적도 없고 사실상 방임했다”면서 “로톡과 변호사협회 사이의 갈등에도 중기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장관은 “오는 13일에 법무부,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기업들을 만나서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늦었지만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등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주문했다. 같은 당 홍정민 의원은 “마켓컬리에서는 맛집 밀키트를 제작해 입점한 식당에게 가격이 저렴해야 잘 팔린다며 가격은 저가로 낮추게 하고 수수료는 40% 책정하는 경우 있다”면서 “이정도라면 플랫폼 이른바 갑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중기부가 개최한 '소담영화제'에 후원한 사실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열린 소담영화제에서 배민으로부터 3000만원을 후원받아, 해당 금액을 수상자에게 상금으로 수여했다.
김 의원은 “비싼 배달 수수료와 광고 문제로 소상공인과 (배민의) 갈등이 연속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가 배민에 후원금으로 상금 주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해당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결과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