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경북 해양바이오 산업의 가능성

차형준 포스텍 교수
차형준 포스텍 교수

우리는 바다에 살고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깊은 바다 속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미지의 생물도 매우 많다. 탐사하기도 어렵다. 아직까지 바다 속 심해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심해는 온도, 압력, 염도, 빛, 기체, 영양분 등에서 극한의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바다 생물은 육지 생물과 다른 생리나 대사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바다는 풍부한 생물자원의 마지막 '보고'가 되고 있다. 미발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잠들어 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생물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도 전체 지구 생물 연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는 해양생물의 생체 기능을 활용하거나 이를 이용해 새로운 유용 소재를 개발하는 해양 바이오 기술 시대가 됐다. 해양바이오 기술은 해양생물이나 이들에서 유래하는 생체 구성 물질과 정보를 이용, 인류에 유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해양바이오자원이 기술을 통해 산업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는 2030년 해외바이오 글로벌 시장은 80억50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양바이오자원이 기술을 통해 산업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는 2030년 해외바이오 글로벌 시장은 80억50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 시장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은 2017년 3800억달러(약 460조원)에서 연평균 7.8%씩 성장해 2022년에는 5500억달러(약 6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바이오 산업도 2018년 이후 급성장해 연평균 6.4%씩 성장, 생산 규모 10조원을 돌파했다. 해양바이오 산업 시장 역시 2016년 기준 국내 5400억원, 전 세계 약 5조원 규모다. 2030년에는 국외시장이 80억5000만달러(약 9.5조원) 이상이 될 것이다. 해양바이오 산업의 국내 시장 규모는 전체 바이오 산업의 약 6%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바이오 산업은 크게 해양바이오 자원, 해양바이오 소재(신약, 메디컬, 화학, 식품, 화장품), 해양바이오 에너지, 해양바이오 연구개발 및 서비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양생물에서 원천물질을 확보하고 실생활에 활용할 유용소재를 개발하는 해양바이오 기술의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육상과는 매우 상이한 환경에서 특이한 생체구조와 기능을 보유하도록 진화된 해양생물에서는 기존 연구가 많이 진행된 육상생물에서 보다 신물질과 같은 새로운 유용 소재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행되는 연구는 매우 적지만 육지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들이 해양생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해양바이오 연구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양바이오 기술을 통해 바다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해양 생물의 특성으로부터 신약, 메디컬, 화학, 식품, 화장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과 특성의 소재를 얻을 수 있다. 청자고둥의 독성물질을 이용한 진통제, 해조류인 감태의 추출물을 이용한 숙면 유도 기능성 식품, 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에서 유래한 여드름 연고, 게 껍질의 키토산을 이용한 의료용 유착방지막, 지혈제 및 생분해 플라스틱, 홍합이 만들어 내는 접착단백질을 이용한 의료접착제 등을 들 수 있다.

해양생물의 독특한 특성으로부터 화장품, 식품, 메디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얻을수 있다.
해양생물의 독특한 특성으로부터 화장품, 식품, 메디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얻을수 있다.

경북 지역은 약 300㎞ 해안선에 최대 2985m 수심의 동해를 접하고 있다.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역으로, 수산물이 풍부하고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대규모 R&D 연구사업인 포스텍 해양바이오산업 신소재연구단을 비롯해 울진의 환동해산업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국립해양과학관, 영덕의 경북 수산자원연구원, 로하스 수산식품 거점단지 지원센터, 울릉의 독도 해양연구기지 등 해양연구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기초연구에서 실용화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국지적으로만 취급했던 해양 바이오소재 핵심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원천소재 실용화 기술 개발이 수행되고 있다.

해양바이오는 자원을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식품 소재로 활용하면 부가가치가 10배 이상 높다.
해양바이오는 자원을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식품 소재로 활용하면 부가가치가 10배 이상 높다.

해양바이오 자원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 부가가치를 1로 생각하면 이를 식품 소재로 활용하면 부가가치는 10배 정도 상승하고, 이를 기능성 식품이나 화장품 소재로 사용하면 수십에서 수백배의 부가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신약이나 의료소재의 메디컬 및 헬스케어 분야로 제품화하면 부가가치 상승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수천만배 기대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정부 부처의 해양바이오 분야 투자는 약 2500억원 정도다. 투자 결과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해양바이오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관련 기업도 적다. 이러한 시점에 한미사이언스란 기업이 포항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해양바이오 산업 발전에도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에 해양에 위치한 유일한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을 대표로 하는 세계적인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해양바이오메디컬 분야에 리더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 포항TP 및 관련 기업들은 '환동해 해양바이오 산업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북도는 과감한 행정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경북 환동해 지역이 4차 산업시대에 해양바이오메디컬 산업의 혁신거점으로 성장하고, 해양바이오 산업 콘텐츠를 고부가 가치화하는 중요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hjcha@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