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제 전초전 '롤드컵' 개막, 풀뿌리 스포츠 모델 될까?

병역면제 전초전 '롤드컵' 개막, 풀뿌리 스포츠 모델 될까?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한 달 간 경쟁에 돌입했다. 내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e스포츠에서 메달 가능성을 가늠하고, 12월 한국e스포츠협회 대한체육회 준회원 심사를 앞두고 국제 경쟁력을 어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 월드컵, 풋볼 슈퍼볼 인기에 비견되는 롤드컵이 11일 그룹 스테이지를 시작으로 내달 6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오랜만에 호성적을 기대한다. 롤드컵 최다 우승팀 T1과 작년 우승팀 담원, 전통 강호 젠지, 플레이오프를 거쳐 그룹스테이지 막차를 탄 한화생명까지 4팀이 16강 그룹스테이지에 안착했다.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결승전에 한 팀도 못 보내고 작년에는 4강에 한 팀만 가는 등 예전 같지 않은 국제 대회 위상을 회복할 기회다.

올해 롤드컵은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e스포츠는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메달 종목이다. 롤은 6개 세부 종목 중 1개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병역특례 혜택을 받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e스포츠 위상 제고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롤드컵 호성적으로 국제 대회 경쟁력을 증명하면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e스포츠 산업 육성 명분도 명확해진다.

정부는 최근 아시아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e스포츠 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한중일 e스포츠 대회, 대통령배 대회를 진행했다.

롤드컵 활약은 대한체육회 준회원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과 정관 갖춘 협회와 국제 경쟁력을 지닌 종목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그동안 e스포츠는 정식으로 국가대표 명칭을 사용하지 못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가 아닌 까닭에 국가대표가 아닌 한국대표란 명칭을 사용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때는 정부가 나서 한시적 준회원 승인 길을 열어줘 선수를 파견했다. 이번에도 정식 국가대표팀을 파견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 목소리가 높다. 대한체육회 서울, 경기, 인천 체육회가 e스포츠협회 가맹승인을 검토 중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대한체육회 준회원 심사를 할 예정”이라며 “준회원이 되면 3년 뒤에 정회원 자격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롤드컵은 기업과 커미셔너가 프로스포츠를 이끌고 협회가 경기 제반을 지원하며 정부가 산업 기반을 육성하는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스포츠 산업 모델을 정립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스포츠는 기존 국내 프로스포츠와 태생부터 다르다. 축구와 야구는 정부가 주도해 리그를 설립하고 이후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야구위원회 등 사단법인이 리그를 운영하는 형태인 반면 e스포츠는 기업 주도로 리그를 만들고 뒤에 정부가 산업 성장을 위해 정책을 지원하는 형태다.

롤은 라이엇게임즈에서 분리된 LCK유한회사가 롤드컵 등 리그를 운영한다. 내셔널풋볼리그(NFL)나 전미농구협회(NBA) 커미셔너와 비슷하다.

e스포츠협회도 리그 운영보다는 인력 양성과 아마추어에 집중한다.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가 국가 주도 엘리트 정책으로 성장한 국내 스포츠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긍정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