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과 미래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HPC’ 어디까지 왔나...유충근 상무 인터뷰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석 능력이 경쟁력 유지의 핵심”
주위를 둘러보면 인공지능, 즉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하며 인간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편리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기술이기에 이 기세는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A.I라는 용어는 앞서 1956년에 등장했고 현재 A.I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신경망 이론도 이미 1980년대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발전 속도는 미미했다. 그러다 1990년대 인터넷의 발달로 부활하고 2010년대에 이르러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컴퓨터의 처리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컴퓨터의 처리능력 증가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HPC(High-perfomance computer)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HPC의 퍼포먼스 증가에 따라 인류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늘어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대마다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내는 컴퓨터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A.I, 빅데이터, IOT 그리고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환경 등...그 어느때보다 컴퓨팅 파워의 수요가 증가해 있는 현시점에 HPC는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한국휴렛팩커드의 솔루션 & 기술컨설팅 팀을 맡고 있는 유충근 상무를 만나 HPC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HPC’ 어디까지 왔나...유충근 상무 인터뷰

 
HPC를 정의한다면. 또 어느 분야가 HPC를 활용하고 있나.
컴퓨터는 단어 의미 그대로 빠른 계산을 위해서 개발이 시작된 시스템이다. 1946년 완성된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은 전쟁 시 야포의 포탄 궤적을 빠르게 계산하기 위해 개발됐다. 에니악은 수학자들이 7 ~ 20시간 걸리던 포탄의 궤적 계산을 단 30초만에 끝내면서 전쟁의 양상을 바꿔버렸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HPC’ 어디까지 왔나...유충근 상무 인터뷰

성능이 조악했던 에니악도 컴퓨터의 개념이 없었던 그 당시에는 고성능컴퓨팅(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이라 할 수 있다. HPC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성능을 말하는 것이 아닌 각 시대에 가용한 선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로 연산 성능을 극대화한 시스템이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HPC 기술은 빠른 계산 능력이 중요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특히 수요가 많은 분야로는 국가 안보 분야, 제조업체의 제품 개발, 생명 공학 업계의 신약 개발, 화학 업계의 신물질 개발, 기상/기후 예측, 에너지 탐사, 금융 분야의 위험 관리, 미디어 업계의 디지털 컨텐츠 생성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HPC가 활용되는 것 같다. 최근 HPC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HPC 시장은 월등한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 기업체, 연구소, 고등교육기관 등에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분야다. HPC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클수록 경쟁하는 국가나 기업보다 빠르게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앞서 에니악을 예로 들었듯이 보다 정밀하고 수준 높은 무기 개발이 가능해 전술상 우위를 가져올 수 있고, 코로나19 펜데믹에 대응하는 백신 역시 HPC가 있기에 지금처럼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제조업의 경우 HPC의 연산 능력이 최고 품질의 부품을 만들어내는 공정과 설계를 가능케 한다. 글로벌시대에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필수기 때문에 현재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이 부족하다니 대단핟. 그렇다면 현재 HPC 시장 현황은 어떤가.
 HPC 시장은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조원 정도의 시장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 역시 연간 수천억 수준의 시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 강국 답게 제조업체 위주로 HPC 투자가 많은 편이고 학교나 연구소 등 기초 연구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은 편이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HPC 시스템 중에서 하이엔드에 해당하는 슈퍼컴퓨팅 시스템 시장에서는 한국의 점유율이 수량 기준으로는 1% 수준이라 우리나라의 GDP 규모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예산 투입이 더 필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가진 시스템은 기상청에 설치된 16 PFlops(페타플롭스), 0.016 Exaflops(엑스플롭스) 급 컴퓨터 2대이고 그 다음은 약 14 Pflops 급의 이론 성능을 가진 KISTI 슈퍼컴이라 엑사스케일급 컴퓨팅 시스템에 비한다면 슈퍼컴퓨터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슈퍼컴퓨터 현황이 열악한 것을 알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입이 시급하다 할 수 있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란 무엇인가. 엑사스케일은 무엇을 더 가능케 할 수 있을까.
 컴퓨팅 분야에서는 연산의 능력을 초당 실수 연산 횟수로 평가한다. 1초에 1번의 실수 연산을 할 수 있으면 1 Flops (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로 정의할 수 있다. 앞서 말씀드린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은 500 Flops의 연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HPC’ 어디까지 왔나...유충근 상무 인터뷰

엑사스케일(ExaScale) 컴퓨터는 초당 100경번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이론 연산 능력을 보유한 시스템이다. 엑사스케일 컴퓨터가 1초에 할 수 있는 연산은 지구 전체 인구가 나눠서 해도 약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될 정도로 엄청나다.
 
엑사스케일 시스템을 통하면 그동안 가능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경제적, 과학적 관점에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과학 및 엔지니어링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되므로 인류의 생활, 국가 안보 및 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국가 및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는 핵 비축물 관리 및 핵무기 성능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미래 먹거리인 재생 에너지 연구, 핵융합 기술 연구 등의 연구가 진일보할 수 있다.
 
자연 과학 분야에서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입자 물리학, 화학 원소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와 새로운 물질의 합성과 단백질의 3차원 구조 해독 및 설계 등이 가능하고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전지구시스템에 대한 모델링, 중장기적인 기후 변화, 지진의 사전 예측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암 정복을 위한 개인별 맞춤형 치료제 개발과 실시간 유전자 분석, 뇌과학 연구 등 기존의 컴퓨팅 파워로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된다.
 
실로 다양하고 중요한 분야에서 HPC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시점에 HPE는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나.
HPC 시장은 컴퓨팅 프로세서,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력 및 냉각 등의 영역에서 기술 개발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선도 시장이다. HPE는 크고 다양한 HPC 시장에서 각 세그먼트의 요구에 맞는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목적 HPC 시장에서는 아폴로(Apollo) 플랫폼이 핵심 컴퓨팅 솔루션이다. CPU 기반 HPC 시장은 아폴로2000(Apollo2000), GPU 기반 AI 시장은 아폴로6500(Apollo6500) 서버를 제시하고 있다. 슈퍼 돔 플렉스(SuperDome Flex)시스템은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인메모리 기반 HPC 시장의 주력 솔루션이다.
 
스토리지 솔루션으로는 HPE 클레이 클러스터 스토어(CRAY ClusterStor)가 주력이며 초고성능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인피니밴드, 이더넷과 같은 산업표준네트워킹 솔루션과 HPE에서 개발한 뉴멀링크(NUMALINK)와 슬링샷(Slingshot)과 같은 특화된 고성능 네트워킹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HPC 시스템은 특성상 전력 소모와 발열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HPE는 저전력컴퓨팅 및 수냉식 냉각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시장에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 시스템을 편리하게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도 같이 공급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HPC’ 어디까지 왔나...유충근 상무 인터뷰

특수 목적 슈퍼컴퓨팅 시장에서는 HPE CRAY EX 시스템이 주력 컴퓨팅 솔루션이다. CRAY EX 시스템은 전세계 최초로 엑사스케일급 컴퓨터에 사용된 시스템으로 현재 공식적으로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Aurora, 오크릿지국립연굿의 Frontier,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의 El Capitan등 3개의 레퍼런스가 있고 전세계 주요 국가의 슈퍼컴퓨팅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시스템이다.
 
HPE는 오랜 기간 HPC 시장의 리더쉽을 유지하고 있었고 최근 몇 년간 Silicon Graphics, CRAY와 같은 전통적인 슈퍼컴퓨팅 업체를 인수 합병하여 HPC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HPE는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HPC 시장에서 요구하는 전용 컴퓨팅 플랫폼, 고성능 네트워킹, 메모리 기반 컴퓨팅, 고성능 스토리지 및 데이터 관리 영역에서 차별화는 지적재산권도 보유하고 있다.
 
또 HPC 분야 고객들이 컴퓨팅 어플리케이션을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특화된 운영체제, 프로그램 개발 환경, 메시징 인터페이스 기술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량 기반 HPC 솔루션과 HPC As a Service(서비스형 HPC)를 위해 MS Azure에서도 HPE의 HPC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추후 HPC 시장에 대한 예상은.
 HPC 시장은 관련 기술이 발전하여 성능이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용도가 확대되는 시장이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시장 중 하나다. 현시대는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석 능력이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에 앞으로 HPC 시장은 전체적인 IT 시장의 성장율보다 더 높은 비율 및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HPE는 HPC 시장의 리더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인 관점의 제품 솔루션 제공 뿐만 아니라 차세대 컴퓨팅 선도 기술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슈퍼 컴퓨팅 기술에서 얻어진 대규모 확장성, 대역폭 및 지연을 위해 설계된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활용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HPC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현재 접하고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연산 요소를 현시대의 가장 진보된 기술로 극대화한 기술이라고 여기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미래를 가져오고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HPC의 활약에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HPC’ 어디까지 왔나...유충근 상무 인터뷰

유충근 상무는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 공학석사 (전산유체역학/최적설계 전공),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기계공학과 공학학사로 현재 한국휴렛팩커드에서 Hybrid IT 솔루션 & 기술컨설팅 팀을 맡고 있으며 20여년간 IT 분야에서 IT 동향 파악 및 대응 방안 수립, 차세대 시스템 아키텍처, 고성능 컴퓨팅,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대용량 데이터 저장 및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기술 컨설팅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전문가다.

전자신문인터넷 이호 기자 (dlghca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