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금이 '지능형 사회보장체계' 도입 적기

[기고]지금이 '지능형 사회보장체계' 도입 적기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2000명 시대다. 자영업자 등 수많은 사람이 생존 위기에 처해 있고, 의학 기술 발달로 평균 수명이 길어져 빈곤층 노인이 늘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로 말미암아 일자리를 잃거나 구하지 못하는 청장년도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행 사회보장제도는 '신청주의'라는 제약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자료를 통해 사회보장 미신청과 이로 인한 사각지대에 관한 일부 사례를 살펴보면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 1위임에도 노인기초연금 대상자의 14만여명은 본인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연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취약계층 통신료 감면제도는 전체 대상자 850만명에서 315만명(3명 가운데 1명 꼴)이 본인 신청이 없어 감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금액은 연간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스요금 100만명, 전기요금 55만명, TV수신료 70만명도 미신청을 이유로 감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내년 사회보장 대상자와 복지예산 200조원 전체로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수천여종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서비스 가운데에서 단순히 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국민이 사회보장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사회보장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복지체계다. 관할 신청지에 국민이 알아서 신청한 서비스나 급부만을 제공하는 소극적 복지행정으로 운영됐다.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사회보장 신청이라는 절차를 없애야 한다. 사회보장 수혜에 대한 명백한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가 알아서 법에 정한 대상자에게 사회보장 서비스를 적기 제공하는 적극적 행정으로 변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전환이 가속되고, 사회 모든 영역에서 스마트화·지능화되는 초연결 사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 정책과 행정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사회보장 영역에도 지능형 사회보장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지능형 사회보장체계란 빈곤층뿐만 아니라 개별 법률과 조례로 보장된 국민 모두에게 지능형 기술을 활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이 신청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알아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처리해 사회보장 대상자를 선정한 후 선제적으로 맞춤형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한다.

지능형 사회보장체계를 도입하면 국민은 수천 종의 사회보장서비스에 대한 정보 습득, 수십 종의 서류 준비 등 신청을 위한 수고 없이 법이 정한 본인의 수급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신청·심사 기간으로 인한 지연 없이 지능형 사회보장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 국민 불편은 사라지고, 복지 체감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일선 현장의 공무원은 사회보장 신청과 대상자 선정 업무의 과중한 짐에서 벗어나 추가적인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사회보장 정책 수립과 집행이 가능, 사회보장서비스 품질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정부는 지능형 사회보장체계 도입을 위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서 지능형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흩어져 있는 데이터 등 각종 정보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묶어 처리하는 싱글인스턴스(Single Instance)를 구축하고, AI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보장 서비스가 적기에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지능형 사회보장체계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암호화, 블록체인 활용 등 기술적 관리도 중요하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행정적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에 소득양극화, 비대면 코로나 상황까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 모두의 안녕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사회보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기존의 낡은 산업화형 사회보장체계와는 작별하고 신청 절차를 없애야 한다.

사회보장이 필요한 국민에게 국가가 알아서 사회보장서비스를 지체없이 제공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사회보장체계를 도입해야 하는 적기가 바로 지금이다.

지대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great07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