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KSLV-II) '누리호'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인 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로 우리나라가 자력으로 개발했다.
기상악화 등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발사 예정일인 21일 시험발사가 이뤄진다. 발사 시간은 당일 기상상황과 우주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물체와 충돌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대를 고려해 최종 결정한다.
누리호는 발사 하루전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발사대로 이동, 수직으로 세워 발사패드에 고정된다. 연료와 전기 계통을 중심으로 모든 부분을 종합 점검하고 발사 약 4시간 전부터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발사 예정 시간까지 모든 기기가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기상 상태, 주변 환경 등이 정상이면 발사 10분 전부터 '발사자동운용'이 시작된다.
누리호가 발사되면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팔라우 관제센터에 설치한 추적 레이더 및 원격자료수신장비(텔레메트리) 안테나로 추적, 모니터링한다. 나로우주센터는 최대 3000㎞까지 발사체를 추적, 실시간 위치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추적 레이더와 최대 2000㎞까지 발사체 비행궤적, 동작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텔레메트리를 보유하고 있다.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면 최종 성공 판정을 받는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의 위성 자력발사 및 우주 수송 능력 확보를 의미한다.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관련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을 엄격히 통제해왔다. 현재 1톤 이상 실용급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뿐이다.
첫 도전인 만큼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로켓 발사 948건 중 54건(6%)은 실패했다. 새로 개발한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30% 남짓이다.
우주발사체 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미국, 러시아의 초창기 발사 성공률도 40% 초반에 불과했다.
누리호의 각 단 로켓이 계획대로 분리·점화돼야 하고 위성 더미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전체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다. 엔진 연소시험은 이미 지상에서 검증을 거쳤지만 지상에서 불가능한 1단·2단 엔진 분리는 처음 시도되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말 그대로 '시험' 발사이기 때문에 성패 여부보다는 기술 검증 관점에서 이번 발사를 바라보는 게 적절하다.
정부는 누리호는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후속 발사를 준비한다. 내년 5월 2차 발사를 비롯해 2024년, 2026년, 2027년까지 총 4번 추가로 발사한다. 이 과정에서 발사체 신뢰도를 높이고 민간 기업에 관련 기술을 이전한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이상 중대형 엔진을 개발했다”며 “누리호 비행 모델(FM)을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오 부장은 “액체 엔진 개발 기술은 우주 선진국의 70% 수준까지 올린 것으로 이 부분은 자부심을 느낀다”며 “누리호 발사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엔진 고성능화, 연료 탱크 경량화 등 성능 개량 작업은 계속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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