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에 접어든 오늘 솔직히 잠이 잘 안 온다. 12월 1일 금융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까지 50일도 채 안 남았는데 장애 없이 잘 돌아갈지, 우리가 준비한 서비스를 고객이 좋아해 줄지,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이 데이터·금융 산업에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 등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이다.
마이데이터가 본격화하면 국민에게 좋은 점이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좋아진다”였다. 이유는 수십 가지 사업자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는 물론 고객 유치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맘에 드는 것을 고르거나 모두 선택해서 사용해 봐도 된다.
이런 서비스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 심정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동안 배점도 바뀌고, 과목도 변경되고, 전형 방법도 명확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서비스 내용과 절차도 변경될 수밖에 없었는데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잘 활용하기 위한 조치로 고객에게 준비한 서비스를 제대로 전달할 기회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약간 있다.
올해 초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발표한 마이데이터 로드맵을 보면 금융마이데이터는 끝이 아니라 마이데이터 시대의 시작이다. 헬스, 공공, 통신 등 분야로 영역이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그 의미는 고객 개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통합해서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의 데이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요구되고 유통되면 투명한 사회, 실패하지 않는 의사결정, 새로운 사업 기회가 나타나는 선순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커피에 쓰는 돈이 적금 불입액보다 적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술 또는 외식에 사용하는 돈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병원을 찾는 횟수가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점 등을 데이터로 확인한다면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정교한 분석으로 외식 대신 구매한 상품의 변화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 확보하고, 외식할 때마다 저축이나 투자를 연동해서 자산·건강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 모두는 그 이전보다 합리적이고 실패 확률이 적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그래서 그 첫발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점이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데이터를 생업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가장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첫 금융 마이데이터가 문제없이 잘 출범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소비자가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는 'nice to have'가 아니라 'must be'라고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테니 모두 기대하고 체험해 달라. 그리고 마이데이터 시대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달라.
김혜주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 마이데이터유닛장(상무) pr@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