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6G) 통신 및 양자컴퓨터 제조에 적용되는 화합물반도체 에피웨이퍼 소재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기존 실리콘 트랜지스터 소자보다 스위칭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 6G 통신 주도권 선점을 위한 국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나노기술원(원장 서광석)은 '초고속 통신용 인듐인(InP) 초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소자제조용 에피웨이퍼'를 금속유기화학기상증착법(MOCVD)으로 성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InGaAs(인듐갈륨비소) 채널 InP HEMT 전자소자는 현존하는 반도체 소재 중 가장 빠른 전자 이동도를 가지는 III-V 화합물반도체 특성을 가졌다. 기존 실리콘 트랜지스터 소자보다 10배 이상 빠른 스위칭으로 테라헤르츠파 응용 분야로 적용 가능한 스위칭 소자다. 현재까지 화합물반도체 에피웨이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민군협력진흥원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한국나노기술원 신찬수 박사팀에서 InP HEMT용 MOCVD 에피웨이퍼 성장기술을 개발하고, 경북대 김대현 교수팀과 큐에스아이(대표 이청대)에서 3인치 웨이퍼 레벨 HEMT 소자를 제조, 전기적 특성을 평가하는 산·학·연 협업을 통해 수행됐다.
국내에서 화합물반도체 기반 통신소자는 1980년대부터 개발돼왔다. 하지만 해외에서 전량 수입된 에피웨이퍼에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소재부터 소자까지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InGaAs 채널 InP HEMT 소자는 에피웨이퍼 소재부터 소자까지 100%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낸 결과다. 소자 전기적 특성은 100㎚ 게이트 길이로 제작된 트랜지스터에서 작동 속도를 결정하는 차단주파수가 305㎓이며 고주파 사용 영역을 결정하는 최대공진주파수는 455㎓로 세계적 수준이다.
InP HEMT 소자는 심우주통신, 전파천문학, 기상관측, 의료 등의 특수 분야에서만 사용해왔다. 영상 등 신호 세기가 아주 작아 극단적 저잡음 증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 신호전달 핵심부품인 4K 극저온 저잡음증폭기 제조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100~170㎓ 대역 6G 응용분야로 사용 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광석 한국나노기술원장은 “선진국에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 제한하기 위한 수출 제한 품목으로 선정될 수 있는 화합물반도체 에피웨이퍼 소재를 국산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면서 “한국나노기술원은 전력용 질화갈륨 반도체 에피소재 국산화 등도 조기에 달성해 국내 관련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화합물반도체 전문기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