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등장한 디지털전환은 우리 주변의 많은 전통적인 것들을 디지털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음악을 듣기 위해 구매했던 음반들 대신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구매해서 듣고 있다. 영화를 가정에서 보기 위해서 대여했던 비디오테이프는 보기 힘들어졌다. 이제는 인터넷 TV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책상과 의자를 구매할 때도 자신 방에 디지털화된 가상의 제품을 배치해보고 크기와 모양새를 확인한 후에 구입한다. 이렇게 우리는 언젠가부터 물리적인 제품들이 디지털제품이 되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방식도 디지털로 전환된 유통환경이 더 편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앞으로의 디지털전환은 생산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부터 생산을 거쳐 구매자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제품이 최종적으로 전달하기까지, 생산-유통-소비 단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계하는가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이보다 더 빠르게 시작됐고 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부흥을 이끈 WWW의 개발은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팀버너스리가 컴퓨터시스템 정보와 논문정보 등을 디지털로 전환, 연구에 참여하는 수천명 과학자와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디지털전환의 대표적인 결과다. 특히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제4세대 데이터중심형 과학(Data-Intensive Science)은 생산되고 다루는 데이터 대용량화 추세에 따라 데이터 발생지와 데이터 수요지인 연구현장, 계산과 분석에 필요한 IT자원과의 연계 및 활용성에 초점을 둔다. 과학기술데이터 유통과 활용체계에 대한 디지털전환 사례다.
2021년 OECD 기술보고서(The Digitalisation of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Key Developments and Policies)에서는 과학분야에서의 디지털전환 수준과 현주소를 분석했다. 대형입자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 실험 중심 연구에서 1편 논문에 5154명 저자가 참여한 신기록을 예로 들면서 과학기술 분야 디지털전환은 다수 과학자의 협력을 유도하고 있으며, IT(컴퓨팅·네트워크)과 AI기술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과학기술 디지털전환은 과학데이터 생산지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를 빠른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고, IT자원을 활용해 저장-분석·계산과 활용까지 하나의 구성으로 연결한다. 이런 일련의 전달과정에 대한 디지털전환뿐 아니라, AI 기술과 데이터학습기술으로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최적화된 데이터를 선별해 제공받도록 하는 맞춤형 전환도 핵심이다.
데이터 생산지와 수요지를 빠르게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보호하는 사이버정보보호기술, 연구현장에서 필요한 최적화된 데이터를 분석해 전달하는 AI 기술, 지능형 솔루션 등이 핵심요소다. 이를 융합해 연구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연구결과 창출이 가능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미래 과학기술 디지털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핵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번 신설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기술디지털융합본부에서는 데이터를 AI 분석, 가공, 최적화해 연구현장에서 신속하게 활용 가능한 정보와 데이터로 재가공해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과학기술 데이터 생산지와 사용자를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 K-사이버방역기술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를 기반으로 활용한다. 과학자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환경, 우수 연구결과가 확보될 수 있는 과학기술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을 우선할 것이다.
이혁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기술디지털융합본부장 leehr@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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