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부품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가격이 두 달 새 최대 두 배까지 뛰면서 중소업체의 시름이 깊어졌다. 달러 강세와 중국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제품 출시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8월 이후 주요 PC 부품가격이 뛰면서 중소 PC업체가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거나 기존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PC 수요는 늘어 비싼 부품이라도 구매해 공급을 추진했지만,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포기하는 업체도 나왔다.
중소 PC업체 A사는 코로나19로 노트북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노트북을 출시했다. 올해 8개 신제품을 출시하려 했지만, 2종 출시에 그쳤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폭등하면서 목표했던 완제품 가격 맞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말을 앞두고 가전 유통사와 콜라보 제품 출시도 그래픽카드를 구하지 못해 몇 달째 연기됐다. B사도 부품값 폭등에다 중국 현지 전력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내달 인텔 신형 CPU 출시를 앞두고 어려운 상황에도 부품을 확보했지만, 중국 내 메인보드 생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이르면 내달 인텔에서 12세대 CPU 신제품을 출시함에 따라 PC업계도 일정에 맞춰 제품을 출시해야 하지만, 중국 전력난으로 메인보드 등을 공급받지 못해 목표보다 한 달 정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이 10월 둘째 주 기준 다나와를 통해 PC 주요 부품가격을 분석한 결과, 8월 첫 주와 비교해 그래픽카드는 평균 33.9%, CPU는 8.9% 상승했다. '이엠텍 지포스 RTX 3060 스톰 엑스 듀얼 OC D6(12기가바이트)' 등 일부 모델은 8월 초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가격이 뛰어 10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부족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을 불러왔던 비트코인 채굴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잠잠하다가 최근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서 수요도 다시 뛰고 있다. 여기에 올 초 10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까지 오르면서 부품 가격 상승을 견인 중이다.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장은 “공공조달은 올 초부터 납기를 2주 연장했지만, 부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 납기에 애를 먹는다”며 “PC 수요는 지속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부품 가격에 수익을 포기하는 상황도 발생, 협회도 공동 구매 등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