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육박한 유가…기재부, 유류세 인하 압박에 '고심'

1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써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종별 가격이 써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유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기획재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가계와 기업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 있고 탄소중립 정책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공시정보에 따르면 서울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3.17원 오른 리터당 1804.72원을 기록 중이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오른 것은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2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전일 대비 3.75원 오른 리터당 1729.64원으로 상승했다. 지난주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87.2원으로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주초에 40원 이상 오른 셈이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데, 이를 통칭해 유류세라 한다. 유류세는 종량제 방식으로 일정하게 부과되며 전체 기름값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때문에 유류세 인하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유가 대책 중 가장 빠르게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환급금과 지원금은 예산을 따로 확보해야 하지만 유류세율은 필요한 경우 시행령으로 30%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18년 유가가 상승했을 당시에도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까지 유류세 인하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언제 정점을 찍을지 불확실한 점이 정책 타이밍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하루 평균 석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반면에 산유국들은 증산에 미온적이다. 국제 유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은 상황에서 유가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인 유류세 인하를 사용해버리면 향후 추가 상승에 대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2018년 11월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으나 당시 유가는 6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세수만 감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초과세수는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예상한 31조5000억원보다 커질 가능성이 크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일부 세수 감소가 있더라도 정부가 예상한 수준에서 재정 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조세정책을 물가 대책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탄소중립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도 유류세 인하를 고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확정했으며 다음달 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와 UN 제출 일정을 앞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환경세 인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20일과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만큼 유류세와 관련한 입장을 발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 관련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