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국내에서 면세점 매장 통폐합에 착수했다. 서울과 제주, 인천에 거점 매장 한 곳씩만 남기고 나머지 매장은 전부 폐점한다. 중국 보따리상 위주인 면세 채널 비중은 줄이고 백화점 매장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루이비통도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를 예고하며 명품 브랜드의 국내 면세시장 이탈이 우려된다.
롤렉스는 최근 국내 면세점에 이 같은 정책 변경을 통보했다. 이달부터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과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세 곳을 일제히 폐점했다. 앞서 서울 동화면세점과 부산 롯데·신세계면세점 매장도 전부 철수했다.
국내에 남은 롤렉스 면세 매장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 두 곳이다.
인천공항에는 제1터미널 면세구역에 롤렉스 매장 입점을 진행 중이다. 롤렉스는 서울과 제주, 인천공항에 각각 1개씩 거점 매장만 남기고 국내 면세 채널을 전부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롤렉스가 10개에 달했던 면세 매장을 세 곳으로 통폐합하는 까닭은 면세 판매 부진과 중국인 보따리상 판매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로렉스 매출은 23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영입이익은 283억원으로 49.2% 줄었다. 면세점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한국로렉스는 스위스 지주사인 롤렉스홀딩스 SA가 지분 100%를 출자한 법인이다. 2014년 매출은 1000억원에 미만이었지만 면세유통 사업권을 취득한 2015년 매출이 3260억원으로 세 배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사태와 내수시장의 명품 호황으로 상황이 변했다. 백화점이 핵심 판매 채널로 떠올랐다.
매출 대부분을 보따리상에 의존하는 국내 면세점의 기형적 사업구조도 글로벌 명품 브랜드 이탈을 불러왔다. 앞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도 시내 면세점 매장을 철수하고 공항점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루이비통의 고급화 전략과 맞지 않다는 게 이유다. 롤렉스 역시 공급 물량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고급 브랜드 정책을 유지해왔다.
이번 롤렉스 매장 통폐합이 명품 브랜드의 국내 면세점 철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면세점마다 루이비통과 매장 유지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롤렉스와 마찬가지로 일부 거점 매장만 남기고 통폐합하거나 전면 철수 가능성이 높다.
명품 브랜드 이탈이 늘어나면 국내 면세점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위드 코로나 이후 관광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입점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면 고객 유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 시장에 유통되는 것보다는 직접 중국 현지 매장을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중국에 초점을 맞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장 조절에 따라 국내 면세시장에서 철수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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