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택시의 플랫폼 가맹서비스 종속이 심화하면서 올해 초 9000만원대에 육박했던 면허 가격이 급락했다. 5만여대에 달하는 서울시 개인택시 면허 시세가 2년여 만에 처음 70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개인택시 중개 플랫폼 남바원택시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개인택시 평균 매매 가격은 7900만원이다. 차량을 제외한 개인 직거래 시 7000만원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개인택시 양수 기준이 완화되면서 서울 개인택시 시세가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연초 9000만원까지 치솟았던 평균 시세는 하반기 신규 수요 감소로 800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택시면허 시세 하락은 택시업계의 연이은 악재 때문이다. 플랫폼 가맹 서비스에 종속 심화에다 코로나19 이후 운행 시간 감소,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 등이 겹친 결과다. 택시호출 플랫폼 도입은 평균 40%였던 공차율 감소에 기여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영업시간 제한 장기화로 매출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전국 택시 25만여대의 대당 평균 추정 매출은 280여만원으로 10년째 정체 상태다. 매출 자체는 오르지 않는데 유료 멤버십 서비스 가입비는 늘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 택시가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면서 거의 모든 개인택시 사업자가 호출 배차권을 가진 플랫폼에 가입해 운행하고 있다”면서 “플랫폼 택시 제도화 이후에도 실제 가입 기사들 수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LPG 가격 인상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달 서울시 평균 LPG 가격은 1000원을 넘어서며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내달 LPG 가격은 더 크게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4월 발표한 플랫폼 택시 정책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개인택시 양수 기준을 완화하는 안을 포함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나섰으나 개인택시의 플랫폼 종속화는 오히려 심화했고 시세도 하락했다.
문제는 플랫폼 택시사업자의 유료화 시도에서 출발했다.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기사가 일정 비용을 내면 우선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 멤버십 상품을 내놓자 업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례라며 반발했다. 비판이 커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빨리 배차하는 스마트 호출을 폐지하고, 가입 기사에게 요금을 받는 프로 멤버십 가격을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가맹택시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택시 사업자와 상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인택시 업계 반발은 여전하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개인택시 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발표한 가맹택시 업계와 상생 협력 업무협약 체결에 대해 보여주기식 협약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택시 기사 중심 단체가 아닌 기존 가맹 택시 사업자와 협약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