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재 전기로 전문기업 에스티아이(대표 서태일)는 탄화규소(SiC) 웨이퍼 제조 핵심인 양산용 6인치 잉곳 성장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안에 국내 최초 8인치 잉곳 성장로를 개발, SiC 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SiC는 선진국이 앞다퉈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는 실리콘(Si) 대체용 전력반도체 핵심소재다. 그동안 SiC 잉곳장비는 대부분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수입해 연구개발 및 양산 테스트를 시도해 왔다. 이번 6인치 잉곳장비 개발로 에스티아이는 반도체장비 사업 분야에 본격적인 진출을 알린 셈이다. 동시에 첨단장비 국산화에 한 걸음 다가서는 중요한 성과로 글로벌 SiC 시장에 진출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우위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전력반도체는 대부분 Si을 사용했다. 고효율·소형화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대체소재 개발이 최우선 과제였다. 대체소재 가운데 SiC는 화학·물리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 극한 환경에서도 동작할 수 있는 소자 개발이 가능하다. Si보다 에너지갭은 약 3배, 파괴전계 강도는 10배, 열 전도율은 3배 크며 소자크기도 30% 작아 '꿈의 반도체 소재'로 불린다.
SiC 웨이퍼는 독일, 일본, 미국이 생산·판매를 독점하고 있고 최근 중국이 큰 수요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 공급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경 SiC 웨이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산 장비 국산화가 이뤄져 있지 않고 소재 개발 어려움으로 기술 정체 상태다.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잉곳 성장장비는 전량 수입이며 웨이퍼 양산업체도 없어 소자를 제조하는 국내기업은 SiC 웨이퍼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다.
에스티아이는 2년 전 반도체 분야로 사업 확대를 꿈꾸며 전력반도체용 SiC 잉곳 성장로 국산화와 SiC 웨이퍼 생산으로 선진국 독점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광섬유 모재 제조장비 전문기업으로 30여년 장비설계 및 시뮬레이션 기술, 고온·고압 제어기술을 기반으로 2년 만에 양산용 6인치 SiC 잉곳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 성장로는 PVT(Physical Vapor Transport)법을 기반으로 SiC 잉곳을 성장시키는 장비다. 특히 시딩(Seeding) 장치부터 성장 공정까지 필요한 모든 공정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발 초기부터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오는 27일 'SEDEX 2021, 반도체 대전'에서 공개한다. 국내외 기업과 잉곳 성장로 공급 상담회를 개최하며 양산장비를 구매하는 업체에 잉곳 기초 및 최적화 데이터도 함께 제공한다.
욜(YOLE) 보고서에 의하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19년 5억4000만달러에서 2025년 25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장 성장 가능성으로 많은 기업이 SiC 소자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량 수입된 웨이퍼에 의존한 기술개발이 문제다. 정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K-반도체 전략'으로 2030년 반도체 강국이 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반도체소자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 및 장비 국산화를 통한 반도체 강국 실현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에스티아이는 잉곳 성장로 개발과정에서 SiC 소재 중요성을 깨닫고 반도체 결함 검사 장비용 플루오린화칼슘(CaF2)광학소재 제조장비 개발과 합성쿼츠 제조시 발생되는 부산물인 고순도 이산화규소(SiO2)를 이용해 SiC 분말합성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현재 소량 다품종 전력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서태일 대표는 “반도체산업은 매우 치열한 기술 경쟁 분야이다. 장비 개발 없이는 소재, 소자 모두 독점기술을 가진 선진국에 종속돼 기술 한계 극복이 어렵다”며 “에스티아이는 광섬유 모재 제조장비 기업에 머물지 않고 반도체 장비 국산화와 함께 소재 분야도 기술력을 확보해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