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홍정운 군이 현장실습을 나갔던 요트업체도, 학교도 실습 관련 규정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안전과 교육을 위해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었으나 현장에서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었던 셈이다.
교육부는 전남교육청·여수고용노동지청 등과 시행한 공동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학교는 현장실습운영위원회에 학부모 등 외부위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지만 학교 구성원과 학교전담노무사만으로 운영했다. 실습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해야 하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단독으로 개발하고, 실습기업과 공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그램만 명목상 만들 뿐 기업이 프로그램을 따르기는커녕 공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실습기업 등록도 하지 않고 이에 따라 학생의 실습일지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학교는 현장실습 참여기업 선정시 전용 포털인 '현장실습관리시스템(hi-five)'을 통해 기본 자료를 탑재한 후 현장실습을 시작해야 한다.
법령상 잠수가 불가(18세 미만)하며, 실습내용에도 없고 잠수 관련 자격·면허·경험이 없는 실습생에게 잠수작업을 시킨 것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해 해당 사업주와 대표를 입건했다. 게다가 사업주가 현장실습표준협약 사항인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고, 정해진 실습시간도 준수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번 공동조사를 통해 현장실습 운영에 있어 학생의 안전·권익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규정 등을 준수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교육부는 전라남도교육감에게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학교관계자에 대한 조치 및 업체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의 후속조치 진행을 요구했다. 교육청의 관리·감독에는 미흡한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으며, 교육부를 포함한 현장실습 제도·운영 전반에 걸친 점검 등을 위해 별도 자문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재발 방지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을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 중이다. 교육부는 20일 시도교육감 회의를 통해 현장실습 전반에 걸쳐 학교, 기업에 대한 점검을 요청했다. 중앙단위 현장실습 지도·점검 시기도 11~12월에서 10월 말로 앞당기고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실습 중인 현장실습생 보호를 위해 20일부터 중앙 및 시도 취업지원센터에 현장실습 신고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도록 했다.
11월~12월에 걸쳐 기업체와 학부모, 학생 등의 의견을 수렴해 연내 현장실습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며 학생 안전을 위한 제도와 규정이 현장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필수규정들이 지난해부터 현장실습생에게도 준용된 만큼, 현장실습 기업들은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실습생의 안전보건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