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차원적 협력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화웨이는 한국 기업과 협력, 상생하는 조화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손루원 한국화웨이 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의 목표를 질문에 '조화'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설명하는 조화는 한국 기업과 화웨이가 공정·공평하게 개방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의미했다. 반도체 수급난, 화웨이 제재 국면 등 난국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시장으로 한국을 바라봤다.
손 지사장은 “인공지능(AI)만 놓고 봐도 한국엔 우수한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고, 실제로 아이디어·연구개발(R&D) 수준·제품 품질 등이 우수하다”며 “또 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 등 대기업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 기술과 부품을 공급하는 우수 협력사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의 역량이 우수하다”며 “개방적 자세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력을 위한 과제로 '화웨이 알리기'를 손꼽았다. 화웨이라는 브랜드는 알고 있지만 화웨이의 비즈니스·서비스·제품 포트폴리오를 오롯이 파악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보안 이슈 등 화웨이에 대한 오해 또한 일부 분야에선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손 지사장은 “한국에 온 지 15개월이 지났지만 화웨이 전략과 솔루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며 “화웨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우리를 만나려 하지 않고 협력을 고려할 수 없는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재임 기간 화웨이와 솔루션·서비스를 정확히 알리는 데 노력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비즈니스와 관련해선 한국 시장에서도 향후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손 지사장은 “한국은 세계에서도 5G 네트워크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현재 상용화 수준은 1단계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안정적인 5G 서비스와 주파수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산업계에서 'Sub 3'라고 불리는 3GHz 이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5G는 ICT 산업의 한 부분으로 다른 협력 분야 또한 광범위하다”며 “유·무선 네트워크, 컴퓨팅, 에너지 등 분야 전체를 보고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대담=김원배 통신방송과학부장
-한국화웨이 CEO로 부임한 뒤 1년이 넘게 지났다. 그간 소회를 말한다면.
▲취임 이후, 한국 시장과 한국 ICT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 사업 관련 고객뿐만 아니라 한국 ICT 관련 협·단체와 교류하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미국 제재가 강화하는 등 외부 압박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지만 한국 기업과의 협력 또한 분명 이뤄지고 있고 성과도 있었다.
-지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 시기였다. 취임 당시 본사로부터는 어떤 미션을 부여받았나.
▲화웨이는 글로벌 기업이다. 미국 제재를 받는다는 것은 산업 전반에서 다 알고 있다. 제재보다 사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화웨이에 대해 편견없이 정확하게 이해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현장에서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화웨이의 사업 전략, 서비스 등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화웨이를 제대로 알리는 작업의 필요성도 느꼈다. 상당히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했다. 화웨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화웨이를 만나려 하지 않고 협력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나 화웨이를 알려야 신뢰가 생기고 협력이 가능해진다. 홍보의 개념이라기보다 화웨이 사업 전략, 고객과 소통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보안 관련 이슈도 화웨이를 정확히 알리는 데 포함되나.
▲그렇다. 한국화웨이가 최고 보안 책임자를 영입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보안 관련 신뢰성을 강화하려고 지속 노력하고 있다. 고객을 만나면 여전히 보안 우려를 제기하는 게 사실이다. 화웨이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인 GSMA의 표준 보안 평가인 NESAS를 통과했다. 글로벌 이통산업계가 인정하는 표준이다. 대기업은 특히 보안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보안 문의를 한다. 화웨이 또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안정성을 공인받고 있다.
-화웨이가 바라보는 한국 시장, 기업의 경쟁력과 협력 가능성은.
▲중소기업과 협력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좋다. 정부는 ICT 정책을 추진하며 생동감 있게 혁신을 추진한다. 기업은 우수한 역량으로 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AI만 분야만 봐도 많은 중소기업이 포진했다. 정말 우수하다. 전기차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라고 하면 현대차 등을 떠올리는데 전기차 요소 기술을 제공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수소차 분야도 비슷하다. 중소기업의 생명력, 혁신역량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과의 협력이 구체화된 사례가 있다면.
▲우리는 개방적으로 협력하려 하고 다양한 분야에 많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유선 분야를 예로 들면 광케이블 관련 새로운 사업 기회가 파생되고 있다. 한국은 광케이블 비율로는 세계 1위다. 집, 사무실, 이동통신 기지국 사이트 등 수많은 곳에 깔려있다.
최근 개인이나 기업 요구가 확실히 변했다. 이를테면 광케이블을 특정 부분에 적용하는 등의 맞춤형에 대한 수요가 있다. 화웨이는 이 같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전송 제품이 필요하고 비용을 어떻게 절감할지 등을 제안한다. 이것이 향후 유선 부문의 주요 전략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데이터 처리 수요가 있지만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사용량만큼 지불하게 한다든지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화웨이는 여기에 소프트웨어, 솔루션 적용 방안까지 고민한다. 고객, 그 고객의 연결성까지 고려해 설계한다.
-5G 사업은 LG유플러스 이후 추가 협력 소식이 없는데
▲한국은 5G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3.5㎓ 대역을 통해 상용화를 시작했는데 세계 시장조사 기관 보고서를 보면 그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투자는 1단계 수준이라고 본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현재 활용 중인 3.5GHz 주파수 대역에 인접한 3.9GHz 주파수 대역을 5G 서비스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안정적인 5G 서비스와 주파수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산업계에서 'Sub 3'라고 불리는 3GHz 이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Sub 3' 주파수 대역의 경우로 2.6GHz, 1.8GHz 등을 얘기한다. Sub 3 주파수를 활용해 5G 우수성을 글로벌하게 이어가기 위해서 정부에서 분산된 주파수를 각 이통사에 분배(Re-farming)하면 안정되고 효율적인 주파수 대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더 우수한 품질의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임 당시와 지금, 사업 환경이 바뀌면서 목표, 전략 수정이 있었나.
▲부임 때부터 지금까지 목표는 오로지 조화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국 사업은 다차원적, 입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매, 판매 모두 조화롭게 진행되길 원한다.
조화의 의미는 간단하다. 서로 순조롭게 팔고 사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 구매가 어려운 환경을 떠올리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공평, 공정, 개방, 협력이 키워드다.
그러면서 화웨이의 포트폴리오 제품군, 솔루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경영 측면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출 관점을 벗어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생각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추상적일 수 있다. 우리 기술을 고객에 제공했을 때 이들의 공정, 나아가 경영이 개선돼 화웨이 가치를 알게 되길 희망한다.
-한국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아주 높지 않은데 전략 비중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한국화웨이가 한국에서 진행하는 협력은 다차원적이다. 이런 협력이 가능한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은 혁신적이고 ICT 산업을 선도한다. 이런 나라에서 사업을 포기하거나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5년간 화웨이가 구매한 제품, 서비스는 37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구매액은 77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제재 국면에서도 한국에서의 구매액이 감소하지 않았다. 한국화웨이는 '한국에서, 한국을 위한'이라는 경영 이념을 고수한다.
◆손루원 사장은.
1981년에 출생, 호주 모내시대학교에서 전기 컴퓨터 시스템 공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고 조교수로도 활동했다. 2006년에 화웨이에 입사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화웨이 인도네시아에서 통신사 사업부문을 총괄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화웨이 필리핀에서 근무했다. 필리핀 최대 통신사 GLOBE 텔레콤 사업 부문장, 네트워크 사업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손 지사장은 당시 고객을 만족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현지 통신사,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