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이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홍준표, 윤석열, 유승민, 원희룡 4강 후보들의 막판 표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준비해 온 공약 보따리를 풀어놓는가 하면, 상대 후보와의 설전도 거세지고 있다. 차별화와 함께 본선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항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4강 토론회가 27일 강원, 29일 맞수 토론, 31일 종합 토론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주를 끝으로 총 10차에 걸쳐 진행된 토론 강행군이 마침표를 찍는다. 이후 11월 1일과 2일 모바일 투표, 3일과 4일 국민여론조사를 거친 후 5일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대통령 후보 결정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대개혁 공약 시리즈를 통해 정책통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경제대개혁 공약으로 △비상경제위원회 설치 △주식 공매도 폐지 △미래혁신산업 투자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을 약속한 데 이어 26일에는 국방·외교·안보 대개혁 공약을 연이어 발표했다. 연이은 토론회에서 밝혔던 구상을 총정리하면서 동시에 다른 후보들과의 대결 정치 이미지가 강했던 부분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발사주' '부인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 논란' 등 각종 공세를 받는 윤석열 후보는 방어에 집중하면서도 틈틈이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를 향해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보다 더 급진적인 원전 축소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론을 공약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경선 내내 갈등 구도를 그린 홍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 문제 됐던 거친 언사를 언급하며 대통령 후보로서 품위를 지적했다.
경제통 이미지가 강한 유승민 후보는 파이터로서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경선 토론 과정에서 '무속 논란' 제기를 시작으로 윤 후보 저격수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홍 후보와 윤 후보의 설전에 대해서도 품격과 거리가 멀다며 도덕성과 능력 면에서 모두 낙제라는 쓴소리를 했다. 최근에는 e스포츠 종사자 처우개선을 약속하고, 청년 대상 월 150만원 지원의 노동개혁 공약을 발표하는 등 청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 일타강사를 시작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전담마크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25일에는 대장동 게이트 몸통으로 이 후보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부인 강윤형 박사의 이 후보 관련 '소시오패스'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선이 종반에 들어서면서 모든 후보들이 강한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지도자보다 강하고 추진력 있는 지도자가 지지받던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권에서도 강성 이미지인 이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된 것처럼 야권 역시 이에 대응할만한 강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큰 위기 상황에서는 강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크다”며 “국민의힘 4강 후보들 모두 막판까지 본인의 강인함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