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멀티플레이어 열풍이 거세다. 정보과학 기술에 근거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역할을 발휘할 범위나 필요성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계획이나 파악 없이 접근하기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멀티롤 자체가 극명한 대비점으로 비쳐 쉽사리 도전하기 어렵다고 여겨지곤 한다. 최근 이종(異種)간 멀티플레이어로서 새롭게 출발한 김형규가 주목받고 있다. 김형규는 흔히 '자우림 김윤아 남편'으로 수식되곤 하지만 1995년 KMTV(현 Mnet) VJ 1세대 출신 방송인이자 2003년 그룹 '킹조'로 앨범을 낸 바 있는 가수다. 또 2006년부터 현재까지 치과의사이자 의료계통 전문 방송인으로서 활동해온 원조 멀티플레이어다.
최근에는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산업용 보안기술을 내세운 HN시큐리티에 합류, 정보기술(IT)인으로서의 활약도 준비하고 있다. 동종업계는 물론 이종 산업군까지 넘나드는 멀티테이너 행보의 김형규. 엔터테인&에서는 김형규와 인터뷰를 통해 멀티테이너로서의 삶과 마음가짐 등을 살펴본다.
◇원조 한류전문가
-멀티테이너로서의 첫 발을 음악인으로 뗐다. 이유는.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나머지 1995년부터 음악을 소개하는 VJ로서 활약하며 가수들을 많이 만나고 동료들을 갖게 됐다. 그러한 상황이 점점 무르익다 보니 그들과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하게 지내던 음악동료와 8비트 게임 쿵푸를 하면서 들은 짤막한 배경음악(BGM)을 샘플링해서 재미삼아 만들었는데, 어쩌다보니 기회가 좋아 회사계약도 하게 되고 앨범활동도 하게 됐다. 지금 그 음악 흔적은 류승완 감독 '아라한 장풍 대작전', 장준환 감독 '지구를 지켜라' 등 영화 삽입곡으로 찾을 수 있다.
-2003년 앨범 발표 이후 음악인으로서는 발을 들이지 않는 듯하다. 앨범 생각은.
▲솔직히 말하면 준비를 했지만 거듭된 방송 속에서 음악을 잘하고 재능 있는 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제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과거라면 전면에 나서는 걸 좋아하겠지만 지금은 음악을 많이 접해온 경험을 발전시켜 음악 인재를 발굴, 양성하는 쪽이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꾸준히 하면서 방송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은 쉬고 있는가.
▲방송은 꾸준히 하고 있다. 주로 치과의사로서 자문이 필요한 방송인데, 이들에는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반면에 아내인 김윤아씨와 동반 출연 관련에서는 다소 자제하고 있다. 내달쯤 자우림 활동을 펼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내 모습이 자우림 멤버와 동떨어져 보이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995년 VJ 당시부터 한류 콘텐츠를 접한 인물이다. 콘텐츠 위상 변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 것이 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한류 분위기는 과거부터 지속돼 왔다. 드라마 콘텐츠뿐만 아니라 과거 아티스트 가운데서도 탁월한 분이 상당수 있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함께 성장한 인터넷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재조명되면서 현재에 이른 게 아닐까 싶다.
-문화전문가로서 메타버스를 어떻게 보는가.
▲제 주변 음악인 경우에도 서로 다른 공간에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과 함께 공연을 펼칠 것을 제안받았다. 하나의 흐름이다. 현실 못지않게 가상현실에 더욱 익숙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한다.
지금 세대는 기존과 비교해서 가상현실을 접하지만 MZ세대 또는 그 이후의 세대에는 디지털·가상세계를 직접 부딪치기에 더 익숙할 것이다. 메타버스 태동기에서 발전기로 접어드는 상황인데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IT인 도전
-1995년 VJ 데뷔하고 2006년 이래로 치과의사로서 삶을 사는 등 변화 폭이 상당하다.
▲2006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해오던 치의학 업무로 돌아갔다. 치과 일에 전적으로 머물다 보니 앨범과 대중문화 방송을 거듭했던 당시의 창의적인 행보가 그리웠다. 어느 한 쪽에만 머물기보다는 궁금해하던 재밌던 일을 다양하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타협했다. 굳이 따지면 제 변화의 폭은 다양한 영역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HN시큐리티 임원으로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례적인 행보다.
▲지금 합류한 회사의 전신이었던 기업에서 치과의사면서 다방면의 행보를 한다는 것이 좋게 비쳐져 지면광고 모델을 한 적이 있다. 그 인연을 바탕으로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이 기업이 장정맥(掌靜脈)을 활용한 생체보안 시스템을 통해 기업 혁신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자연스럽게 소통을 나누게 됐고, 대외홍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역할로 위치하게 됐다.
-비전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수요와 함께 보안시스템 부분도 상당히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장정맥 기반 보안기술이 은행권이나 공항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는 걸 봐서 시장성이 상당하리라 생각한다. 홈 사물인터넷(IoT) 영역에도 주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다방면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것이 개인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바로 홈 IoT일 것이다. 최근 1500만명에 달하는 반려견 대중의 모습을 봤을 때 반려동물과 홈 IoT 결합 등이 중점 추진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세상만사 호기심천국
-다방면의 관심과 노력, 그 성과들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사실 지난해 살짝 번아웃이 오기도 했지만 스스로 선을 지키며 하나하나 차분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하자는 마음으로 극복했다.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으니 스스로 그 둘을 지키면서 호기심을 실제화하는 재미를 거듭 느끼고자 한다.
-'자우림 김윤아 남편'이라는 수식어로 회자되는 때가 많지 않나.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자우림 남편'이 아닌 '김윤아 남편'이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뭔가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저도 방송하는 사람이니 어쩌면 서운한 마음이 당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내년으로 25주년을 맞이하는 자우림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아내와 밴드분들께 감사하고, 많은 팬이 그들을 응원하고 사랑해주시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그 옆에서 잘 도와주는 것이 그저 행복하다.
-음악인이자 방송인, 치과의사, IT디렉터 등 지금 김형규를 수식하는 것은.
▲밴드 자우림의 매니지먼트가 가장 어울린다(웃음). 자우림 앨범이 내달 말쯤 나올 예정인데 그에 맞춰서 앨범재킷이나 뮤비 촬영, 섭외 등 매니지먼트를 도와주고 있다. IT인으로서 도전하면서 조금씩 뭔가를 해나갈 계획을 마련하고 이뤄나가는 것도 재밌다.
비록 합류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장정맥을 통한 기업과 가정에 대한 일련의 보안 프로세스 시스템 구축을 자연스럽게 이루는 아이콘으로서 활약한다면 그 또한 성과일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가수 아내의 남편, 매니저로서의 몫을 열심히 할 것이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이자 최신기술을 대중화시키고 많이 알리면서 보람을 느끼는 IT인으로서의 삶도 적극 해나갈 것이다. 매사에 지닌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고 경험하는 '이상한 나라의 탐구자'로서 삶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