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슬세권 비즈니스, 글로벌로 확대”

[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슬세권 비즈니스, 글로벌로 확대”

“맘카페 육아맘을 시작으로 '당근이세요?' 신드롬을 일으킨 당근마켓이 지역 경제를 이끄는 '슬세권(슬리퍼+세권)' 트렌드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설립 7년 만에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을 평가받으며 올해 'K-유니콘'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동네 이웃 간 정이 깃든 지역 커뮤니티 모델을 앞세워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역과 사람을 잇는 글로벌 커뮤니티 서비스로 도약하겠습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로 무너진 지역 커뮤니티를 복원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중고거래로 시작해 지역기반 커뮤니티 슈퍼앱으로 도약한 국내 경험을 발판삼아 해외 시장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은 최근 시리즈D 투자를 마무리했다. 올해 유치한 자금만 약 1800억원, 누적 투자금은 약 2300억원에 달한다. 동네 인증 기반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하며 전국 방방곡곡 6577개 지역에서 22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전체 가구 수 2092만 기준시 집집마다 모든 가구가 가입한 것과 같은 수치다.

2015년 7월 설립된 당근마켓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2016년 8월 2만4000여명에서 지난달 약 1600만명으로 5년만에 670배 급증했다. 현재 주간활성이용자수(WAU) 1000만명, 월평균 게시글 수 1300만건에 달한다. 기업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어 유니콘에 등극한 당근마켓은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4개국 약 90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버전 '캐롯(Karrot)' 서비스 지역·범위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2015년 판교장터를 처음 선보였다. 계기와 창업 당시 접근법이 궁금하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IT 종사자가 IT 제품을 거래하는 앱으로 시작했다. 당시 그 지역 IT기업이 1000여개였다. 카카오 중고거래 게시판이 잘됐다. 이를 참고해 카카오를 넘어 판교테크노밸리 전체 기업을 넣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2주 만에 만든 '판교장터' 앱을 공개했는데 WAU가 1000명까지 급증했다. 서비스 지역 확장을 고민했다. 판교와 같은 IT밸리는 구로·가산, 테헤란로 정도뿐이라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IT 종사자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판교지역 주부 사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오프라인 카페에서 이들과 면담하고 동네인증을 거쳐 판교지역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당근마켓'으로 리브랜딩했다. 사명 변경 직후 가입자가 5배 정도 늘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 후발주자로서 단기간에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기존 플랫폼을 뛰어넘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고객 신뢰 덕분이다. 이는 중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당근마켓은 동네주민과 직거래하는 콘셉트인 만큼 사기당할 확률이 낮다. 동네 주민끼리 서로 매너온도를 확인하고 과거 판매 내역도 확인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한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거래 후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이 확산하고 재거래율이 높아졌다. 현재 당근마켓 회원수는 국내 전체 가구 수를 넘어섰다. 모든 가구에서 1명 이상은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있다.

[데스크가만났습니다]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슬세권 비즈니스, 글로벌로 확대”

-중고거래 물품과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당근마켓은 맘카페 육아맘들이 육아용품을 중고거래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초기 판교장터 때처럼 남성 사용자도 늘어났고 30~40대를 넘어 10~20대, 50~60대 이상 등 고객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거래되는 물건도 연령·성별·지역별로 다양하다. 젊은 층은 패션잡화도 많이 거래한다. 자전거·골프 등 취향기반 중고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의자·책상 등 가구 거래량도 많다. 특히 동네 특성을 반영한 거래가 주목할만하다. 강남에서 명품 거래가 늘어나는 반면 제주도 같은 바닷가는 선박을 거래하기도 한다. 지역 특성을 살린 농산물, 수산물 직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메뉴에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흥미로운 소재가 있나.

▲당근마켓 목표는 중고거래만이 아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다.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진 지역 커뮤니티를 모바일 기술로 부활시키는 것이다. 현재 '동네생활'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동네와 관련해 질문을 하고 서로 답을 해준다. '공동 육아할 분' '강아지 산책할 분' '지갑을 찾습니다' '배드민턴 같이 치실 분' '옥수수 파는 곳 아는 분' 등 동네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

-당근마켓 '내근처' 메뉴에 △중고차 △카페 △동네 구인구직 △과외·클래스 △농수산물 △부동산 등 카테고리가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2200만 가입자가 전국 각지에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내 생활권이라고 하는데, 이 생활권에서 구인·구직을 한다든지 부동산 세입자를 찾는다던가 중고차를 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 주민 간에 촘촘하게 연결돼 서로 믿고 편하게 거래한다. 같은 동네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네트워크가 있다면 다양한 수요·공급 재화가 파생된다. 당근마켓 내부적으로 다양한 아아디어를 회의를 거쳐 가능한 카테고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 상점과 동네 고객을 연결한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과 큰 차이다. 한국은 전국에 배달망이 구축됐다. 2일이면 전국 어디나 택배를 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당근마켓은 전국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다. 동네 거래만 한다. 최근 '우리동네 가게 소식' 메뉴를 열었다. 단골·추천 가게부터, 먹거리, 생활, 건강, 미용, 교육 등 분야별 동네 가게를 소개한다. 같은 동네에 있지만 평소 잘 알지 못했던 골목길 구석구석 자리 잡은 가게를 당근마켓을 통해 접하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동네 단골손님을 유치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당근마켓와 업무 제휴를 원하는 곳이 많다. 왜 당근마켓을 필요로 하나.

▲협력사가 당근마켓 회원 트래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젯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GS리테일의 경우 GS25 편의점에서 유통기간 마감이 임박한 상품 정보를 공개해 소진할 수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차원에서 의미 있다. 세탁특공대, 청소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위젯 생태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당근마켓 트래픽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관심사 기반 모임 커뮤니티 남의집에 10억원규모 투자를 한 바 있다. 남의집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오프라인 모임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지역 주민들간의 연결을 비롯해 동네에서 열리는 소규모 모임이나 작업실, 공방 등의 가게와 이웃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당근마켓 이용자가 남의집 모임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할 계획이다.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에 등록된 소상공인이 30만명을 훌쩍 넘었다.

▲지역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고객 눈에 띄는 것이다. 후미진 곳에 있으면 찾을 수가 없다. 이 문제를 비즈프로필로 해결했다. 어차피 동네 주민을 모아놨기 때문에 가게의 존재를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 당근마켓 앱에서 노출할 수 있다. 상점주가 원하면 유료 광고를 올릴 수도 있지만, 가게를 팔로우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정보를 노출한다.

-가입자 2100만명 당근페이를 출시된다면, 수많은 로컬 비즈니스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아직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앱에서 쓸 수도 있고 카카오페이처럼 상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확장할 것이다. 당근페이를 이용하면 지역 상점에서 고객이 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중고 거래 과정에서 현금거래나 계좌이체 시 겪는 고객 불편도 해소된다. 당근페이는 터치 두 번 만에 즉시 송금할 수 있다. 당근페이는 사용자들이 전자지갑을 하나씩 갖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최근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다.

▲플랫폼 사업은 세계적 트랜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IT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급성장하며 전통 사업자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미국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사업자가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얼마나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만 구글, 페이스북, 틱톡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각종 국내 규제로 인해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규제가 가해지면 거기에 맞게 상품·서비스를 바꿔야 하는데 국내 표준대로 해외 가지고 가면 통하지 않는다. 다시 바꿔야 한다.

-당근마켓의 글로벌 서비스 '캐롯(Karrot)' 현황과 비전은.

▲한국 스타트업에 해외에 진출할 시기가 도래했다. 당근마켓 2년전 영국 사우스햄튼에서 첫 해외 서비스를 오픈한 후 현재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 4개국에 진출했다. 미국을 예로 들면 일단 뉴저지와 뉴욕에 오픈했고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해외는 동네 개념이 한국과 다르다. 스트리트나 에비뉴를 중심으로 구분돼, 한국에서처럼 동 단위로 인증하는데 한계가 있다. 당근마켓 사용자 신뢰도 '매너온도'도 해외에서는 생소해한다. 해외 현지화를 해내는 것이 숙제다.

-향후 경영전략과 회사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뛰어난 인재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라는 경영철학으로 인재 영입·육성을 지속할 것이다. 과거에 있었지만 사라진 따뜻한 지역 커뮤니티를 부활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다. 어른들은 단골 가게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로 무너진 지역 커뮤니티를 복원하려는 수요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 당근마켓 글로벌 버전 '캐롯' 진출 9개월여 만에 매달 이용자수가 평균 46%씩 증가했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 캘거리에까지 진출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매너온도처럼 좋은 거래 평가를 받으면 이용자들의 점수가 올라가는 'Karrot Rating(캐롯 레이팅)'이나, 특정 활동 조건을 충족할 때 배지를 제공하는 등 거점도시별 해외 진출 전략을 전개하겠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김용현 대표는 197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금융팀·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다가 네이버로 이직해 서비스전략팀·지식iN 서비스팀에서 일했다. 2011년 5월 카카오에 입사해 플러스친구TF장, 카카오플레이스 TF장, 게임플랫폼 팀장을 맡았고 카카오 동료 김재현 공동대표를 만나 2015년 7월 당근마켓 전신 '판교장터'를 출시했다.

같은 해 10월,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서의 비전과 방향성을 품고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을 담아 당근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를 시작으로 용인시 수지구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점차 확대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 1월 서비스를 전국 확대했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은 기술로 사람과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언택트 시대에 지역 공동체와 이웃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서비스”라면서 “중고거래를 활성화해 자원 재사용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나눔과 자원 순환을 장려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지역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임직원 240명에 누적투자는 약 2300억원에 달한다. 올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김용현 대표는 경영지원 부문을 책임지고 해외사업을 총괄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자원 재사용과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당근마켓은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11월 해외서비스 'Karrot(캐롯)'을 영국에 출시했다”면서 “현재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에 진출해 국내에서처럼 거점 도시를 시작으로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연내 '캐롯' 해외 서비스 거점을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역과 사람을 잇는 글로벌 커뮤니티 서비스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김승규 전자신문 벤처유통부장

정리=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