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데스크톱 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PC 업계가 노트북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성장하는 노트북 수요에 맞춰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LG가 장악한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제품군 확대, 공동 브랜드 등 다양한 대책도 수립 중이다.
27일 조달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 조달 노트북 시장에 진출한 중소 PC 업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가량 늘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제품 등록을 서두르면서 중소 PC 업체의 공공 조달 노트북 등록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노트북 제품을 등록한 업체는 모두 19곳, 310개 제품이다. 이중 올해 들어 등록한 곳은 9곳으로 전체 절반에 달한다. 모두 중소기업이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노트북 수요가 폭증한 것이 원인이다. 원격 근무, 온라인 교육 등으로 데스크톱보다는 노트북 구매로 수요가 선회하면서 업체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공공·교육 부문 PC 판매량 중 노트북 비중은 13.6%에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020년 2분기 노트북 판매 비중은 25.7%로 증가하더니 올해 2분기에는 40.5%까지 치솟았다. 특히 노트북 수요를 견인한 학교 등 교육 부문은 올해 1분기 노트북 판매량이 15만6000대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다섯 배나 뛰었다. 해당 기간 전체 PC 판매량 중 노트북 비중은 71.2%를 기록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공 부문에서도 노트북 판매가 급증하면서 데스크톱을 주력으로 공급하던 업체도 노트북까지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소 PC 업체 공공 노트북 시장 진출이 이어지지만 이른 시일 내 성과는 미지수다. 현재 공공·민간 전 부문에서 노트북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LG전자가 70% 이상 점유한다. 여기에 레노버, HP, 에이수스 등 외산업체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조달 등록한 중소 PC 업체 노트북은 전량 해외에서 생산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거나 외산 제품을 그대로 유통한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급하게 준비하면서 유통 채널이나 사후관리(AS)망 등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제품 경쟁력 강화와 대기업·외산기업 틈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과제가 있다.
내년에도 중소 PC 업계 공공 노트북 시장 진출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이 민간 시장보다는 마케팅 비용이 적은데다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주요 PC 업체는 노트북 제품군을 늘리고 공동 브랜드와 생산시설 구축 등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노트북을 데스크톱에 이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 PC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노트북 출시를 검토하는 중소 PC 업체만 10여군데에 이른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를 위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는 선결 과제가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