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복합 연비 17㎞/ℓ, 실제 주행 연비 22㎞/ℓ.'
렉서스 뉴 ES 300h를 타고 반나절을 주행한 후 눈으로 확인한 수치다. 실제 연비가 공인 연비를 5㎞/ℓ나 웃돌았다. 연비는 물론 주행 성능이나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하이브리드 기술의 정점에 오른 모델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S 300h는 2012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수입차 하이브리드 부문 베스트셀링카에 선정됐다. 올해 3월 누적 판매 5만대를 넘어서며 렉서스 전동화를 대표하는 모델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본격 판매를 시작하며 렉서스 부활을 알린 뉴 ES 300h를 시승했다.
뉴 ES 300h는 편안한 승차감과 뛰어난 정숙성, 넓은 실내 공간 등으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7세대 ES 부분 변경 모델이다. 디자인의 세심한 변화를 비롯해 예방 안전 기술과 편의 장비 강화, 블랙박스와 하이패스 기본 장착 등 상품성이 크게 높아졌다.
외관은 기존 ES의 우아함을 강조하면서 한결 세련된 모습으로 진화했다. 렉서스를 상징하는 알파벳 L자 형상 전면 그릴 크기를 확대하면서 안정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헤드램프는 직사각형 LED 렌즈로 변화를 줬고 주간 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입체적으로 다듬어 전체적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실내는 렉서스 장인 타쿠미 손을 거친 꼼꼼한 마감과 고급 소재가 눈길을 끈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마감한 상하 2분할 시트는 탑승자를 감싸듯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2열 공간도 여유롭고 안락하다. 터치스크린 기능을 새롭게 적용한 12.3인치 대형 고해상도 모니터는 기존 모델보다 112㎜ 앞으로 배치해 운전자 조작 편리성을 향상했다.
뉴 ES 300h는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2.5ℓ D-4S 가솔린 엔진에 대용량 배터리와 2개의 모터가 맞물린다. 최고 출력은 178마력, 최대토크는 22.5㎏·m를 발휘한다. 모터를 더한 시스템 총 출력은 218마력으로 폭발적이진 않지만, 일상 주행에서 무리 없는 무난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 시승 때와 확연한 차이는 주행 시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충전 상태에 따라 저속에서 모터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고 주행과 동시에 충전이 가능하다. 주로 저속 구간 위주로 모터를 쓰는 경쟁 모델과 달리 고속 구간까지 전 영역에 걸쳐 모터가 활발히 개입한다.
강력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연비는 기대 이상의 수치를 보여준다. 공인 복합 연비는 17.2㎞/ℓ이며 시승 당일 정체가 있는 복잡한 도심과 한적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포함한 약 150㎞ 구간에서 최고 연비 22㎞/ℓ를 기록했다. 시승 시 날씨가 습해 에어컨을 적절히 가동하는 등 연비 위주 주행이 아닌 일상 주행을 한 결과다.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연비는 20㎞/ℓ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연비만 좋은 건 아니다. 달리는 맛도 있다. 저속에서는 편안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운전대와 가속 반응이 기민해진다. 뉴 ES 300h는 저중심 차체 설계와 최적의 중량 배분을 구현한 렉서스 GA-K 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덕분에 주행 상황에 따라 감속과 조향, 가속 등 직관적 조작과 즉각적 반응을 유도한다. 리어 서스펜션 멤버 브레이스 설계 변경과 차체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퍼포먼스 댐퍼도 추가해 주행 성능을 강화했다.
이번 부분 변경으로 달라진 또 다른 특징은 최신 안전 장비 탑재다. 안전 주행을 돕는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를 개선했다. 감지 범위를 확대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과 커브 감속 기능을 추가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 조향 어시스트(ESA) 지원 기능을 새롭게 적용했다. 아울러 주차 보조 브레이크(PKSB)는 전후방 사물 감지에 보행자까지 감지 범위를 확대했다. 차량 주변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파노라믹 뷰 모니터도 넣었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뉴 300h는 현존하는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뉴 300h 가격은 럭셔리 6190만원, 럭셔리 플러스 6400만원이다. 직접 시승한 최상위 트림 이그제큐티브는 6860만원이다. 스포츠 패키지를 더해 역동성을 강조한 뉴 ES 300h F 스포츠(7110만원)도 내달부터 판매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