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이 후보자들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상호 비방을 넘어 캠프 구성원들에 대한 저격에 지지자들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대립구도로는 경선이후 원팀 대선 기조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결국 당 지도부가 긴급히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2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격화되는 경선 갈등 진화에 나섰다. 이준석 당대표는 “지금까지 우리당 경선은 후보들과 당원 노력으로, 흥행과 공정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마지막 며칠을 남기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당대표로서 강력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지도부는 경선 끝날 때까지 어느 후보에도 편중 없는 엄중 중립 지킬거 약속드린다”며 후보들간 상호 비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후보들에게 직접 경고 메세지를 날린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후보간 신경전이 한계 수위를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양강 주자인 홍준표와 윤석열 후보 갈등은 이제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과 함께 캠프 구성원들까지 폄하하는 단계까지 갔다. 둘 중 누가 최종후보가 되더라고 향후 원팀 구성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와 원희룡 후보 관계도 불편한 단계까지 올라섰다. 홍 후보는 원 후보의 토론회 질문에 '장학퀴즈', '야비한 질문'이란 평가하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고, 원 후보는 홍 후보의 토론 태도가 성의 없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홍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두 후보 사이 단일화 소문이 도는 것이 이유다. 유 후보는 이를 강하게 부정했지만, 관련 추측이 이어지면서 출처를 밝혀 엄벌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황이다.
당 내부에서는 마라톤 토론회 일정으로 진행된 3차 경선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3주간에 걸친 10번 토론회 영향으로 콘텐츠 고갈과 후보 및 지지자들 피로감이 커지고 시간이 갈수록 네거티브 공세가 많아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토론하는 지역만 다를뿐 매번 같은 그림이 반복되다보니 오히려 지역순회 투표를 했던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흥행 면에선 나아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대리투표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윤 후보 캠프측에서 당원 모바일 투표를 앞두고 “문자투표가 어려우신 분들이 연락을 주면 도와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뿌리면서다. 윤 후보측은 통상적인 안내문자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대리투표 획책이라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초선의원들도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긴급 성명을 내고 대선후보들에게 품격을 지키고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했다. 초선의원 대표로 발언에 나선 최승재 의원은 “(대선후보들이)도가 지나친 공격으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께 실망과 우려를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대리투표 논란과 관련해 우선 진상확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투표 안내 문자에 대한 다른 캠프 우려가 있었던 만큼 공명선거추진단을 통해 문자 배포 의도 등을 밝혀나가기로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