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갈등의 중심' 지적에 "부처 협업모델 확대"

미 연방대법원 '법정조언자' 제도 참고 관계부처 의견 수렴 절차 도입
국토부와 항공 M&A 업무협약·문체부와 플랫폼 콘텐츠 불공정 관행 개선

공정위, '갈등의 중심' 지적에 "부처 협업모델 확대"

해운담합 제재와 플랫폼 산업 주무부처 권한을 두고 관계부처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처 간 협업모델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수산부와 갈등으로 인해 국회에서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플랫폼 주무부처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단 정책소통간담회에서 “부처 간 이견이 크거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건은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공식화하고 플랫폼 분야, 대기업집단 정책과 같이 부처가 머리를 맞대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는 협업 모델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주무부처 권한을 두고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공정위는 부처 간 협업 사례를 나열하며 앞으로도 협업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서는 문체부와, 정보기술(IT)서비스 일감 개방 유도를 위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업하기로 했다. 지난 25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 심사와 시정조치 이행 감독을 위해 국토부와 업무협약(MOU)을 교환했다.

향후 해운법 개정안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부처의 의견을 수렴할 절차를 만든다. 현재도 위원회의 심의에 관련 부처가 참석해 진술할 수 있지만, 공정위 내부 지침과 고시를 바꿔 조사 중에서 의견을 들을 공식적인 창구를 만드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소송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아미쿠스 쿠리아이(법정조언자)' 제도를 참고한다.

공정위가 협업과 소통을 내세웠지만 당면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위원장은 부처 간 협업은 강조하면서도 해운담합과 온라인 플랫폼 통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해운 담합은 해운법 29조를 넘어서는 불법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심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사건도 상정되고 나면 심의를 통해서만 종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해수부와 공정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국무조정실 등 행정부 안에서 얘기를 듣고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 장이 만들어지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온플법은 플랫폼에 입점한 180만 업체들을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공정위의 온플법은 혁신을 도모하고 입점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