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항우는 개인 능력과 조건이 모두 우월했음에도 패현의 건달 유방에게 패해 자살하는 비운을 맞았다. 항우는 천하의 맹장이었지만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능력 부족이 패인으로 꼽힌다. 즉 지인선용(知人善用)의 리더십이 부족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시대적 요구에 맞는 리더십으로 조직 및 공동체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변혁의 시대에는 변혁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구성원에게 동기 부여를 통해 가치체계를 변화시키고, 강한 조직 일체감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이 같은 변혁적 리더십은 조직의 단순 생존을 넘어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강력한 효과를 낳는다. 대학 총장도 예외는 아니다. 요컨대 학생, 교수, 직원들이 각자 이익보다는 더 큰 공익을 위해 협력하도록 지휘하는 변혁적 영향력이 요구된다.
물론 조직이 항상 조화로울 수는 없다. 때론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격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마찰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포용하며 전진하는 지혜로운 리더십으로 항상 거듭나야 한다. 이 새로운 리더십을 '스마트 리더십'이라고 명명해 보면 어떨까.
스마트 리더십이란 환경, 사람, 행동의 조화로운 활용을 통해 나타난다. 이는 급격한 외부 변화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파악과 최적의 타이밍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줄 아는 역량을 의미한다. 개인의 우수함뿐만 아니라 미래 비전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솔선수범하는 실천 자세로 구성원들을 주도하는 동기 부여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절실한 리더십 또한 스마트 리더십임은 물론이다.
스마트 리더십과 더불어 지도자가 지녀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은 바로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최적의 인물을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다. 기술 융합에 따라 사회도 융합되면서 지도자 한 명의 능력으로 조직 성과를 내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이 의미하듯 조직이 성공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만 아니라 조직화 차원에서 구성원의 역할 분배 및 결합이 최적화돼야 한다. 이 일의 성패는 지도자의 탁월한 인재 파악 및 조직화 역량에 달려 있다.
'울타리를 만들려면 세 개의 말뚝이 필요하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큰 뜻을 품은 영웅이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사람의 훌륭한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잘 알아보고 그 사람을 잘 활용한다'는 '지인선용'과 일맥상통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유능한 지도자의 요건은 변치 않는 듯하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지도자 선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백락상마(伯樂相馬)', 즉 천리마를 가려낼 줄 알았던 백락처럼 밝은 눈으로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줄 아는 훌륭한 역량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십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본연의 힘도 쓰지 못하고 제대로 쓰지 않아 소금 수레나 끌고 있는 천리마가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 선출되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스마트 리더십과 지인선용의 지혜를 발휘하는 분이기를 기대한다.
유지상 광운대 총장 president@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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