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공공기관이 제품 구매 시 이를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제한경쟁에 의해 조달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본요건이 충족된 제품에 한해 대기업 또는 수입 유통업체 등 국내 시장 진입으로 △해당 업종 중소기업 판로가 축소되고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사례 또는 통계 등을 조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 정책상 충분한 지정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다.
근거 법령을 보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자가 직접 생산·제공하는 제품으로서 판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품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같은 법 제7조는 공공기관의 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 또는 중소기업자간 지명경쟁 입찰에 따라 조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컴퓨팅 장비 해외 의존도 극복 위해 도입
서버와 스토리지 등 국내 컴퓨팅 장비 산업은 낮은 국산화율과 기술 해외 의존도가 심화함에 따라 기술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보를 위한 투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글로벌 기업에 의한 기술 선점과 시장 지배로 컴퓨팅 핵심 장비인 서버와 스토리지 국내 시장은 대부분 HPE 아루바와 델 테크놀로지스 등 글로벌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는 공공 부문 구매 활성화를 통해 국내 컴퓨팅 장비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자 2017년 '컴퓨팅 장비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했다. 이 전략은 △국산컴퓨팅 장비의 공공시장 진출 확대 △수요처와 연계한 국산 컴퓨팅 장비 선호 개선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국산 컴퓨팅 장비 산업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됐다.
컴퓨팅 장비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시행됐다. 중기간 경쟁제품은 3년마다 지정 여부를 공고하며 컴퓨터 서버와 스토리지(디스크어레이)는 2016~2018년, 2018~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확대 지정됐다.
◇2018년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후 성과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에 따라 컴퓨터서버와 디스크어레이 등 직접생산 기업 수 자체가 지난 4년간 2.4배 늘어났다. 연도별 직접생산기업과 조달 참여기업·물품도 모두 늘었다. 공공시장에서 구매·유통되는 컴퓨팅 장비 절반 이상이 중기간 경쟁제품에 해당하는 만큼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후 조달청 쇼핑몰 내 직접생산 기업 다수가 다양한 제품으로 조달 등록과 물품 판매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2019~2021년 3자단가계약 중기간 경쟁제품 실적도 개선됐다. 연도별 조달청 구매공급실적(3자단가계약)에 따르면 컴퓨터서버는 2018년 77억원(37.7%)에서 2021년 131억원(39.9%), 디스크어레이는 2018년 15억원(8.9%)에서 2021년 14억원(8.6%)으로 총 1.5배 규모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활동 미진 및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원부자재 수급이 지연되는 등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중기간 경쟁제품 실적은 계속 확대돼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 필요성
해외에서는 공공부문 국산 장비 구매 의무화 정책 등을 통해 컴퓨팅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정보기술(IT) 관리 계획에 따라 자국 중소기업의 서버, 스토리지 제품을 전략적으로 도입해 장비 산업을 키운다. 공공기관 서버, 스토리지는 국가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제품으로써 고도의 보안이 필요함에 따라 외산 제품을 자제하는 규제 정책을 운영한다.
대표 사례로 미국에서는 1992년 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스토리지 장비 기업 넷앱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초고속망 구축 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n)' 법령에 의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가입국과 이스라엘 지역에서 생산된 장비를 가격 기준 50% 이상 구매했다. 중국 역시 1996년부터 공공 분야 장비 국산화 및 자국 기업 지원 정책으로 화웨이 등을 육성했다.
중기간 경쟁제품은 유통·부품제조 중소기업과 상생 및 국내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외산 제품에 대한 단순 유통이나 유지보수 기업이 아닌 국내 직접 생산을 통해 일자리 확대, 기술개발 역량 강화, 유통·부품제조 기업 등 관련 산업과 공동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서버, 스토리지를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재지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버, 스토리지는 인텔 등 CPU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CPU와 운용체계(OS)를 사용하는 범용 시스템으로 표준화한 하드웨어(HW)에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한 뒤 품질관리(QC)를 통해 생산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제조사가 모두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기술적 특이사항보다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한 성능 신뢰성이 우선적인 고려사항임에 따라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통해 수요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서버, 스토리지 제조 외에도 유통, 솔루션, 폐쇄회로(CCTV), PC 등 다양한 중소기업에서도 중기간 경쟁제품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