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혈액이나 체액 속에서 각종 영양소를 인지하고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구별해 면역작용을 돕는 당사슬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질병과 노화 예측에 이용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김태영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안현주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과 공동으로 대사적 중수 표지법을 활용해 세포에 존재하는 당사슬 상대비를 분자 수준에서 고효율로 측정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대사적 중수 표지법은 수소 대신 중수소로 치환된 물을 사용해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생분자에 중수소를 도입하는 안정 동위원소 표지 기법이다. 당사슬은 단백질에 결합된 탄수화물을 가리킨다. 당사슬 종류와 개수의 변화를 통해 단백질의 다양한 기능이 조절된다. 당사슬은 세포 간의 분자 인식이나 신호 전달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암·면역질환·신경질환과 같은 질병의 발현이나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체내 당사슬 양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은 당사슬 기능과 연관된 질병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중수 표지법를 이용해 모든 종류의 당사슬을 중수로로 표지한 뒤 질량분석기를 사용해 정상 상태와 질병 상태에서 얻어진 당사슬 간의 상대적인 양을 계산할 수 있는 정량 분석법을 개발했다.
또 대표적인 모델 암세포인 헬라 세포를 중수로 표지시킨 후 당사슬 정량 정확도와 정량 범위를 확인했다. 실험을 통해 고만노즈 N-당사슬과 복합형·혼합형 N-당사슬을 포함 총 100여 개 당사슬 간 상대적 양적 차이를 100배까지 측정했다.
김태영 교수는 “지질체를 대상으로 개발한 중수 표지법 기반 상대 정량법을 당질체에 적용한 것”이라며 “하나의 안정 동위원소 표지물질로 당사슬을 포함한 단백질, 지질, 대사체 등의 생분자를 동시에 상대 정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종류 생분자에서 일어나는 양적 변화만을 측정할 수 있는 기존의 분석 방법과 달리 중수 표지법 기반 상대 정량법은 각종 질병으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를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초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두 교수와 김종현 GIST 박사과정 학생이 주도한 이번 공동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분석화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분석화학'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